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경제인들이 9월 18일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세계적 기업인이 우리의 또 다른 반쪽 '북한'을 가서 보고 느낀 점은 뭘까. 또 이재용 부회장을 북에 초청한 쪽은 청와대일까, 북한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9월 18일 오후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이재용이다. 평양은 처음"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면서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북한을)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절제된 발언이었다.
   
이에 리 내각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 이어 리 내각부총리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했고, 이 부회장은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단연 북측 고위 경제관료의 관심 대상이었다. 회동 초반부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우리 경제인들을 북측에 개략적으로 소개했고 이후 개별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에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했고, 구광모 LG 회장은 “LG는 전자·화학·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좋은 기회를 주셔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남북관계가 빨리 발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초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기자들에게 경제인 방북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전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북 경제인 회동에서,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할 때 "우리가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다"며 말을 건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황 국장의 발언은 북측이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방북을 ‘강력히’ 요청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19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북측의 경제인 사절단 사전 요청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요청했든, 북한이 요청했든 글로벌 최고 기업의 총수가 최악의 경제실패 국가 ‘북한 관료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을 본 이 부회장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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