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혁신성장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 교체됐다.
   
김 전 부총리 후임에는 예상대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던 장 실장 후임에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임명됐다.
  
앞서 일부 언론은 오늘(9일) 중으로 후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3일 아세안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어 오늘 중으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던 것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전날(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하고 이날 밤 기획재정부 차관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과 비공식 만찬 회동을 가졌다. 통상적으로 국회 예결위가 끝나는 날 저녁식사를 하곤 했지만 이날 만찬은 사실상 고별만찬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총리는 7일에 이어 8일에도 국회 예결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외람되지만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개인 의견이지만 여·야·정 협의체도 운영하는데 (여야가) 경제연정까지 할 생각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공직에 35년 있었는데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저는 소신껏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7일 국회 예결위에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총체적 문제를 한 마디로 담은 비판이었다. 이는 문재인 출범에 아무런 ’공‘이 없었던 그가 경제부총리로서 현 정부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정권 초부터 김 부총리가 청와대 특히 장하성 정책실장과 손발이 맞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 지표가 점점 나빠지자 이에 대한 원인분석과 처방도 서로 달랐다고 한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발탁 인사인 김 부총리가 권력 핵심에서 밀려났다.
           
김 전 부총리가 그동안 밝힌 말들을 종합하면, 그는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은 김 부총리가 행정 영역에서 정치 영역으로 들어와 행동하고 발언하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흙수저' 성공 신화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다. 서울 청계천 판잣집과 경기도 광주 천막촌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성실하고 공부는 잘했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후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했다.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아주대 총장으로 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수장으로 공직을 다시 맡았다.
   
그는 정권 초반에는 묵묵히 현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췄다.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며 청와대 간섭을 줄여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적도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올해 들어 경제 지표는 계속 나빠졌다. 언론은 김동연 부총리의 존재감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힘없는 자는 말이 없는 법, 결국 문재인 정부를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청와대 권력과 시장경제 사이를 오간 17개월이었다. 애당초 환경이 다른 집에 들어가 셋방살이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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