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북한 김정은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서울시민환영단’ 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다. 친북성향의 이 단체는 해당 사진을 자체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조선일보 취재가 시작된 지난 11월 17일 갑자기 삭제했다. 사진=서울시민환영단’ 홈페이지, 조선일보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북한 김정은의 ‘서울답방’을 촉구·환영하는 집회를 연 백두칭송위원회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친북성향의 한 민간단체가 '평화통일 수업'을 한다며 초등학생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단 참가신청서’를 받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 단체는 서울 강북구의 S초등학교를 방문해 6학년을 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단 참가 신청서를 받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김정은을 환영하는 글도 써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교 측은 해당 단체에 항의하고, 신청서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신문은 “김정은 방한 환영 단체인 '서울시민환영단'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환영 엽서'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쓴 엽서 등이 담긴 사진 10여 장을 공개했다"며 “(이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글로,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학생들이 썼다"고 전했다.
       
한반도가 그려진 엽서에는 '빨리 와주세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해주세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한 방문을 환영하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엽서 뒷면에 인쇄된 '서울시민환영단 신청서'에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적어 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S초등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업은 민간 통일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소속 강사가 진행했다. 겨레하나 측이 학교에 “평화통일 수업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6학년 담임교사 2명이 신청했다. 수업은 11월 16일 1~2교시에 걸쳐 이뤄졌다고 한다.
                 
겨레하나 측 강사 2명은 이날 학교를 방문해 2개 학급에서 수업을 했다. 이 중 한 학급에서 강의를 했던 강사는 김정은 환영단 신청서가 적힌 엽서를 나눠 줬다고 한다. 이 엽서는 이후 서울시민환영단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수업 당시 담임교사가 교실에 같이 있었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은 허락 없이 학생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이를 공개한 겨레하나에 항의하고, 환영단 신청서가 포함된 엽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민환영단 측은 17일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이에 대해 서울겨레하나 측은 "한반도기에 대한 교육에 이어 자연스럽게 한반도기에 평화, 통일에 대한 마음을 작성하게 한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환영단 신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2004년 창립한 이 단체는 대북(對北)지원, 통일교육 등을 펼쳐온 단체로 알려졌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실무회담 대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지낸 조성우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고 민노총, 한노총, 전교조 위원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겨레하나 측은 서울시민환영단과의 관련성에 대한 조선일보의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서울시민환영단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 '김정은 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서울시민환영단 모집' 등이 적힌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김정은 환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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