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3월 1일 밤 0시 30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민수 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평화를 말하지만 속내는 결국 ‘경제제재’ 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민생에 지장을 주는 분야라도 대북(對北)제재를 풀어주면 영변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식 협상술이 그대로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만천하에 자신들의 협상목표와 난처한 처지를 알리고만 셈이다. 흡사 물건값을 흥정하다 파는 쪽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놓고 상대가 비싸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하자 바짓가랑이 붙잡고 “깎아줄 테니 얼마면 되겠냐"고 물어보는 것과 다름없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3월 1일 밤 0시 30분(현지시각·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민수 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있은 제1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에서 공동으로 이룩된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용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제재 문제를 상응적 조치로 제기한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리용호는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리용호는 "완전한 비핵화로의 노정에서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량의 방안의 실현되는 방안이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제기해오는 경우에는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리용호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이번 2차 조미수뇌상봉 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조미 양국의 수뇌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서 진지한 회담을 진행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 중 1차 조미수뇌상봉회담 공동인식으로 이룩된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딛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입니다.
 
우리가 비핵화 조치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습니다.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건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듭니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상입니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