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이경민 기자
강인수(姜仁秀)
●1953년 서울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1978년)
●미국 텍사스 주립 의과대학 방문교수
●現 대한생식이학회지(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 편집위원장
●前 관동의대 산부인과 교수. 前 제일병원 불임, 생식내분비과 교수
● 現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시험관아기센터 교수

 

 

   
 

 

 

유전자 한 곳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안 돼

인생은 짧지만 DNA는 영원하다. DNA에는 몸을 만드는 설계도로 몸을 만드는 정보, 즉 세포 제작 방법(단백질 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다. 건축으로 설명한다면 DNA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면인 셈. 이 소중한 DNA는 단백질에 감겨서 염색체 안에 잘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데에는 23쌍, 즉 46개의 염색체가 있다. 유전학자들은 “46개 염색체 안에 DNA를 모두 꺼내 잇는다면 태양을 몇 십 번은 더 갔다 오고 남을 것”이라며 “한 사람의 46개 염색체 안에는 이중나선구조를 형성하는 DNA(유전자)가 약 3만5천여 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염색체는 DNA가 꼬부라지고 응축되어 있는 큰 덩어리”라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으로 아래를 확대해서 내려본다고 가정합시다. 건물들이 쭉 짝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게 바로 염색체입니다. 빌딩이라는 거대구조가 염색체인 거예요. 1번 건물, 2번 건물… 그렇게 22번 건물까지 각각 쌍으로 되어 있어요. 나머지 한 쌍의 건물은 성염색체입니다. (유전자는) 몇 번째 건물의 몇 층, 몇 호실에 들어가서 몇 번째 서랍에 있는 파일이 있는 거에요. 그 파일에서 유전자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염색체에 비해서 극히 미세한 구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미세한 유전자에서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유전병이 생기는 겁니다. 그걸 찾아내야 합니다.”

 

 

 

 

 

 

 

   
▲ 생명이 되는 과정

▶ 염색체 이상이라는 것은 아예 빌딩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겠네요.
“그렇죠. 잘려진 염색체 한 부분이 다른 염색체에 가서 붙거나(전좌), 염색체가 잘린 후 뒤집혀서 붙는(역위) 경우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염색체 전좌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두 빌딩이 잘려지고, 잘린 부분이 서로 상대방의 빌딩에 가서 붙는 거예요. (염색체 전좌라도) 건강상 별 문제가 없는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사고하고 활동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어요. 필요한 건물 부분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어요.”

▶ 염색체가 한 쌍이 아닌 하나이거나 셋이라면.
"아… 그건 문제가 커요. (염색체가) 하나라면 대개 임신 초기에 자연도태가 되어요. 만약에 셋이라면 심각한 기형이나 다운증후군 같은 기능적 장애가 올 수 있어요.“

▶ 염색체에 문제가 있다면 자식까지 염색체 이상이 되는 건가요?
“그럴 확률이 높지만 자식에까지 내려가더라도 보인자이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서 별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염색체 이상이 있는 부부들은 유전병이 있는 부부와 다른 거죠. (염색체 이상이 있는 부부들은) 어떡하든 유산이 안 되고 무사히 아기를 분만하는 것이 목표인 거죠.”

▶ 세상의 평범한 부부들이 자신의 염색체 이상을 모른 채 살 수 있잖습니까. 염색체 이상이 있는 자식이 태어나면 정말 당혹스러울 것 같아요.
“그렇죠. 첫 아이가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으로 문제가 있으면 과연 그 근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해야 해요. 부모 염색체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 거죠. 태아에게서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재발가능성이 없지만, 부모로부터 왔다면 재발가능성이 높아서 PGD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야 합니다. PGD시험관아기 시술 받으러 오는 부부들 중에 첫아이 경험으로 둘째아이를 PGD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하겠다는 부부들이 꽤 있습니다."

▶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도 염색체 이상인 경우지요?
“네. 다운증후군은 상염색체(성염색체를 제외한 나머지 염색체) 중에서 21번이 정상인보다 한 개 더 많아서 염색체가 총 47개가 되는 거죠. 클라인펠터증후군은 성염색체가 비정상인 경우예요. (클러인펠터증후군이 되면) 보통 사람들보다 X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남자가 됩니다. 터너증후군은 보통 사람보다 성염색체 X가 하나 적은 여자구요.”

강 교수는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의 수적인 이상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 되는 과정에서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할 경우 생긴다”면서 “연령이 높을수록 이런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산모가 20세일 때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수적 이상이 될 확률이 1500분의 1인 반면, 40세 여성의 경우 60분의 1이라고 한다. 건강한 자식을 낳기 위해서 만혼(晩婚)은 불리하다는 얘기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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