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항소를 포기하라’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국한센총연합회와 한센인권변호단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한센 회복자들에 대한 강제 ’낙태’·’단종’에 따른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1심 선고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가가 한센인들에게 자행한 강제 낙태·단종(정관수술)에 대해 피해를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12일 강제로 낙태·단종을 당한 한센인들 20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83명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단종을 당한 피해자 171명에게 3천만원씩, 낙태 피해자 12명에게 4천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정당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원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했다"며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 중 20명에 대해서는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늦게 신고했다가 반려된 사람들이거나 단종·낙태 피해가 아닌 다른 피해사실만 인정된다"며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광주고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같은 피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데 이어 두 번째이다. 첫 소송에는 피해자 19명이 참여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한센총연합회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이뤄진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항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최광현 연합회 전무이사는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가 74세인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국가가 자행한 끔찍한 폭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센인권변호단으로 활동하며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한 박영립 변호사는 "1945년 해방 이후 소록도에 강제수용된 한센인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한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며 "이번 판결은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한센 단종·낙태 피해자 650명 중 19명이 2011년 순천에서 첫 소송을 제기했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날 판결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여러 건의 소송 중 첫 판결이다.

정부는 1937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강제 정관수술을 해방 이후 폐지했다가 1948년부터 소록도 내 부부 동거자들에게 다시 시행했다. 임신이 된 여성은 강제로 낙태를 시켰다.

이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도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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