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3일(현지시각) 유럽 순방 첫 방문국인 프랑스에 도착해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를 대상으로 대북(對北)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국빈방문 첫날인 10월 13일 저녁 7시(현지시각) 문 대통령은 프랑스 전역에 있는 동포 20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주도국인 프랑스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한반도가 곧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여러분께서 높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3일(현지시각) 저녁 재프랑스 동포 20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청와대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동포들과의 즉석 문답도 이뤄졌다. 한국기업 프랑스 법인에서 근무하는 김소라(30)씨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프랑스는 5년 전부터 라 프렌치테크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지원 및 해외 창업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리더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외 창업인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면서 청년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프랑스는 앞선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면서 과학기술 상용화에 탁월하다. 이 두 나라가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며 신산업 분야의 청년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불통신 대표 겸 한인이주 100년사 편찬위원인 오영교(60) 씨가 “프랑스에는 유럽 최초의 한인단체인 재법한국민회가 있었고 임시정부 대사관격인 파리위원부가 있었다"며 “프랑스가 한국독립운동의 유럽 중심지였다는 것에 동포사회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상해임시정부가 무장독립운동을 했다면 파리위원부는 외교활동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각종 국제회의마다 파리위원부가 중심이 되어 나라의 독립을 설파했다"며 해외 독립운동사를 정부가 적극 발굴해 나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능라도경기장의 연설에 관한 후일담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긴장되는 연설이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표명해야 했고, 평양 시민들의 호응도 받아야 했고,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지지도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북측은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전적으로 모든 걸 맡겼다. 이는 남북관계가 그만큼 빠르게 발전했고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남북이 수시로 오고갈 수 있도록 정상회담의 제도화, 정례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만찬 중에 열린 문화공연에서는 파리어린이합창단이 ‘오 샹젤리제’ ‘도레미송’ ‘아침이슬’ ‘상록수’ ‘참 좋다’ 등을 불렀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在)프랑스 동포간담회 발언 전문이다.
   
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동포 여러분을 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10년 전에 파리를 방문한 일이 있는데 대통령으로서는 첫 프랑스 방문입니다. 여러모로 뜻깊고 그런 기회에 여러분을 만나니 더 더욱 반갑고 든든합니다. 여러분도 반가우시죠?
  
프랑스에 올 때마다 세계인들이 프랑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파리를 유유히 흐르는 세느강과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우리로서는 아주 부럽기도 합니다.
   
지난 달, 파리 국제대학촌에 한국관을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여년 만에 추가 건립된 국가관이 바로 우리 한국관입니다. 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겼습니다. 부지를 제공해 준 프랑스 당국에도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한국관 건립을 위해 애쓰신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혹시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박수로 감사드립니다.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한국과 프랑스는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의 마음속에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새겨 넣었습니다. 21세기 우리의 촛불혁명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위기에 빠진 세계의 민주주의에 희망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프랑스에서 촛불 많이 드셨죠?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고흐와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 드뷔시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우리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을 담아주었습니다.
  
파리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파리한국영화제’가 열리고,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파리7대학, 이날코 대학 등 한국어학과에 많은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파리 중심부에 한국의 문화와 관광지를 체험할 수 있는 ‘파리코리아센터’가 개원한다고 하니 앞으로 깊어질 양국의 관계가 더욱 기대됩니다.
  
그리고 또 내일 한불 우정 콘서트 열리는 것 아시죠. 방탄소년단도 참석한다고 합니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포여러분,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활발했던 우리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습니다. 99년 전, 30여명의 우리 노동자들이 유럽 지역 최초의 한인단체 재불한국민회, 그때는 프랑스를 한자로 ‘법국(法國)’ 자, 법국이라고 표시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재법한국민회를 결성했습니다. 그 분들은 3.1운동 1주년 경축식을 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거액의 독립자금을 댔습니다. 그때 파리위원부 대표가 바로 김규식 박사님이었습니다.
   
내년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며 재불한국민회가 결성된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정부는 프랑스 각지에 흩어진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발굴, 수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동포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파리와 니스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의 테러는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에 사건사고 영사를 증원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정부가 언제나 여러분 곁에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저는 모레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 방안에서부터 기후변화와 환경, 테러, 인권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무엇보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주도국인 프랑스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할 것입니다.
  
여러분, 평화의 한반도가 곧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여러분께서 높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의 동포 여러분께서 각별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신다면 제가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함께 좋은 나라,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 가십시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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