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이경민 기자 |
강인수(姜仁秀) ●1953년 서울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1978년) ●미국 텍사스 주립 의과대학 방문교수 ●現 대한생식이학회지(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 편집위원장 ●前 관동의대 산부인과 교수. 前 제일병원 불임, 생식내분비과 교수 ● 現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시험관아기센터 교수 |
법 앞에 불평등한 유전병
PGD 시험관아기 시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유전병의 대물림을 막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데 있다.
국내 연간 신생아가 45만~47만 명이 태어나고, 이들 중 약 2%(약 9천4백여 명)는 유전병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PGD 시험관아기 시술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PGD 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한 준비를 1995년도부터 시작했었어요. 유전검사를 하려면 세포를 떼야 하는데 그때는 세포 하나를 떼어서 분석하기도 힘들었어요. 세포가 단 하나라서 DNA 분석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어요. 6년 전에 엄지공주 이후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요즘은 전국적으로 많이 옵니다.”
▶ 작은 세포인 수정란으로 염색체와 유전자 검사가 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완전하게 발달한 세포가 아닌데 세포를 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나요?
“그럼요. 수정되고 3일째가 되면 8개 세포로 분열하는데, (세포를 떼는 과정에서) 배아가 손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보는 거죠. (PGD 시험관아기 시술은) 1989년도에 영국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쥐의 배아로 실험을 했죠. 그때 4개 세포에서 2개를 떼어내면 발육을 제대로 안 되지만, (4개 세포에서) 1개 떼어내면 배아가 발육하고 정상인으로 태어나는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사람에서는 8개 세포에서 1~2개 떼어내니까 큰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PGD로 태어난 아기들이 일반 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들 ,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해서 기형율이 비슷해요. 이것은 PGD가 아기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거죠.”
수정란의 세포분열은 자기복제의 파노라마다. 단순히 세포가 2개-4개-8개-16개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DNA를 복제하면서 나눠진다는 것. 즉 새로 생긴 세포의 DNA 염기서열이 최초의 세포의 DNA 염기서열과 같다는 것. 만약 세포분열 과정에서 자기복제에 문제가 생긴다면 생명으로써 의미가 없게 된다. 세포가 자기복제를 거치며 끝없이 분열해 나가는 데에는 미토콘드리아의 힘이 크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발전소 역할을 하기 때문. 정자가 DNA 50%를 보태는 것으로 끝인 반면, 난자는 DNA 50%는 물론이고 세포의 재료와 미토콘드리아까지 생명을 위해 보탠다. 배아 세포분열의 업적 99%가 난자의 덕이라고 할 수 있는 셈.
강 교수는 "(PGD 시험관에서는) 다른 측면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PGD 시험관을 하는데) 한국이라서 제한이 많다. 유전병이 있어도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부부가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참 이상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그 어떤 유전병이든 PGD 시험관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힘들거든요. 한국이 규제국가라는 말, 딱 맞는 얘기일 겁니다. 초창기에 정부가 PGD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할 수 있는 유전질환을 64종만 허용했어요. 6천 종 중에서 아주 소수만 허용을 한 거죠. 국제학회에서 세계적인 PGD학자들이 우리나라 발표자(의사)에게 ‘왜 한국에서는 수많은 유전병 중에서 64종만 허용하느냐?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참으로 당혹스럽고 난감해집니다. (한숨)”
▶ 지금은 규제가 많이 풀리지 않았나요.
“요즘 150여 종을 허용하고 있어요. 법 때문에 해프닝이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부가 있어요. PGD 시험관을 했는데 임신에 실패한 거예요. 그러다가 법이 생겼을 때에는 해당 유전병이 리스트에서 빠진 거예요. 법 때문에 할 수 없게 된 거죠. 시간이 좀 지나서 법에서 허용이 되었을 땐 환자와 연락이 두절 된 상태였고, 나이도 많이 들게 된 상태였어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단일유전질환으로 통칭되는 유전병은 수천 종에 이른다.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배아 및 태아에서 유전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병은 약150종에 한정돼 있다.
강 교수는 “모든 사람이 법 아래 평등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어떤 유전병은 허용이 되고 유사한 다른 유전병은 허용이 안 된다면 법으로 차별하는 결과가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배아와 태아에서 검사할 수 있는 유전질환은 1천여 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배아(수정란) 유전자 검사를 할 때 오진이 될 수 있나요.
“네. 부모가 피검사로 유전자 검사를 할 때에는 오진이 없어요. 일반적인 유전자검사는 피를 뽑아서 합니다. 피 속에 세포가 많기 때문에 DNA를 모으면 유전자 검사가 충분합니다. DNA를 다 모아서 증폭시키면(DNA를 인위적으로 복제하여 양을 늘이는 일) 손쉽게 알 수 있거든요. 유전병이 있는 경우 유전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해봐야 합니다. 어느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생겨서 유전병이 생기는지 알아내야 하니까요. 여기까지는 오류가 별로 안 생겨요.”
▶ 그렇다면 어디에서 오진이 생길 수 있나요.
"수정란에서 유전자 검사할 때입니다. (PGD시험관에서는) 3일 배아에서 떼어낸 단 하나의 세포 속에 있는 극미량의 DNA로 검사해야 하기 때문이죠. 세포 하나당 DNA가 6피코그램(picogram) 밖에 안 되어요. 피코그램은 1조분의 1그램이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적은 양의 물질이예요. 이 적은 양의 DNA를 많이 증폭시켜 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증폭이 잘 안 되거나 다른 이물질 DNA에 들어가면 오진이 될 수 있어요.
또 유전자는 쌍을 이룬 염색체 양쪽을 다 봐야 해요. 만약 유전자 한쪽이 증폭(인위 복제)이 안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돌연변이쪽 유전자가 증폭이 안 되면 정상이라고 잘못 판정이 날 수 있고 오진으로 연결이 됩니다.”
▶ PGD 시험관을 한다고 해도 유전병이 대물림 될까봐 노심초사를 해야 하는 군요.
"그러나 자연임신을 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안전하지요. 유전병으로 자연임신이 되었을 때에는 50%가 유전되는 걸 감안하면 50%의 위험성이 2~3%로 현저히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PGD로 임신이 되면 심리적으로 안심을 하게 되는 거죠.”
<기사가 4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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