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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피디의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1, 2회 방영 후 ‘역시’라는 반응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사진=tvN

 

메디컬드라마와 법정드라마는 ‘흥행불패’라는 말이 있다. ‘긴장감’이 생명인 드라마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메디컬 드라마나 한 인물의 ‘사회적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를 쥐고 흔드는 에피소드에 기댄 법정드라마는 기본 갈등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니 기본 시청률은 담보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 “한국 메디컬드라마? 법정드라마? 배경만 그렇지 병원에서 의사가 연애하고 변호사 검사가 연애하는 드라마지!"라며 우리 드라마를 단번에 평가절하(平價切下)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드라마사에서 장르물이 자리매김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로맨스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요소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 다만 장르성을 살리며 로맨스를 어떻게 잘 버무려 내느냐는 작가의 역량에 달린 것이리라.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피디의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1, 2회 방영 후 ‘역시’라는 반응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피디가 그려내는 메디컬 드라마는 어떤 매력으로 우리 시청자들을 매료시켜 줄까? 신원호 피디는 “메디컬 드라마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결이 다른 지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병원이야기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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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에 사는 ‘다섯 친구들’들의 캐릭터는 소소하지만은 않다. 한마디로 신·이 맞춤의상을 걸친 ‘개성만땅의 오뜨꾸뛰르 캐릭터’들이다. 어린 환자들에게 필요이상으로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힘들어 하는, 신부님이 되고 싶었지만 신부님이 된 형의 권유로 의사가 된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유연석), 초긍정 싱글파파에 핵인싸 간담췌외과 교수 이익준(조정석), 까칠하고 직설적인 완벽주의자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정경호), 돌싱 마마보이에 자발적 아웃사이더 산부인과 교수 양석형(김대명), 의대동기 5인방의 정신적 지주이자 홍일점인 완벽녀 채송화(전미도)까지.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회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이 말의 진의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전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신·이 특유의 장점이 돋보인다.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만나면 슬기로운 시리즈의 시작인 ‘감빵’에서도, 응답하라 시리즈의 ‘1997년도에도 ‘1994, 1988’년도에서도 가슴 따뜻한 우리 이웃들의, 우리 친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추억’이 나온다. ‘그래 그땐 그랬었지...하며 아련히 눈물짓다가...쿡...느닷없이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며 보게 된다. 한마디로 TV앞에서 무장해제 된다. 진짜 휴식하게 된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디테일하게 담겨 있다. 병원에 사는 다섯 친구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다.
 
하지만 이 병원에 사는 ‘다섯 친구들’들의 캐릭터는 소소하지만은 않다. 한마디로 신·이 맞춤의상을 걸친 ‘개성만땅의 오뜨꾸뛰르 캐릭터’들이다. 어린 환자들에게 필요이상으로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힘들어 하는, 신부님이 되고 싶었지만 신부님이 된 형의 권유로 의사가 된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유연석), 초긍정 싱글파파에 핵인싸 간담췌외과 교수 이익준(조정석), 까칠하고 직설적인 완벽주의자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정경호), 돌싱 마마보이에 자발적 아웃사이더 산부인과 교수 양석형(김대명), 의대동기 5인방의 정신적 지주이자 홍일점인 완벽녀 채송화(전미도)까지.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주인공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독특한 다섯 캐릭터, ‘신·이 표 오뜨꾸뛰르 캐릭터’의 케미에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재미가 나온다.
 
진짜 이런 의사들만 만날 수 있다면 불치병이라도 한번쯤 환자 생활도 해 볼만 하겠다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너무한 걸까? 아무튼 ‘슬의생’에는 환자에 대한 예의를 아는, 인간미 넘치는 이 다섯 의사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있고, 개성만점 다섯 친구들 사이의 ‘티카타카’ 위트 넘치는 웃음도 있다. ‘메가 히트 제조기, 흥행불패 신원호 이우정’이라는 별칭이 이래서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마디로 기대되는 드라마다. 다만 ‘흥행불패, 메가히트 제조기’라는 명예로운 별칭이 걸 맞는 대가(大家)답게 전작처럼 종영 후 기사화됐던 ‘표절’이니 ‘오마주’니 하는 잡음이 이번에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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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슬의생’에는 환자에 대한 예의를 아는, 인간미 넘치는 이 다섯 의사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있고, 개성만점 다섯 친구들 사이의 ‘티카타카’ 위트 넘치는 웃음도 있다. ‘메가 히트 제조기, 흥행불패 신원호 이우정’이라는 별칭이 이래서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진=tvN

신 피디와 이 작가의 전작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97>은 주요설정이나 에피소드, 나레이션 대사까지 일본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주요 작품과 같다는 네티즌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신원호 피디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참고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 첫사랑의 감정이 아다치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를 보내면서 쌓아온 정서를 담다 보니 당시 인기를 끈 아다치 작품과 닮아 보이는 것 같다’고 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후에도 네티즌 수사대는 이우정 작가가 아다치 미츠루의 팬이라는 사실을 안다. 재미를 위한 오마주나 패러디라고 하기엔 매회 표절에 가깝다는 글들을 표절이 의심되는 드라마 씬과 원작만화 장면을 함께 캡쳐한 사진과 함께 인터넷 공유망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계의 표절문제는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당 일반 셀러리맨의 연봉을 호가하는 고료를 받는 작가들 중에도 작품이 방송 될 때마다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이름만 대만 알만한 A작가는 작품을 할 때마다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A라는 성대신 표절의 ‘표’자를 붙여 표** 작가로 불리는 웃픈 일화도 있다. 심지어 B작가의 드라마는 첫회 방송도 나가기 전에 작가 지망생의 공모전 작품을 표절했다는 내용이 기사화 되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고로 지금껏 수많은 유명 작가들이 표절 소송에 휘말렸지만 표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작가는 드라마계의 대모 김수현 작가뿐이다. (이 경우도 다른 작가가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경우) 이런 판례만 믿고 힘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모티브 삼고, 유명작가 작품의 뒤북 오마주를 일삼는 ‘양심 없는 짓’은 유명 드라마 ‘작가님’ ‘피디님’들이 하실 일은 아닌 듯싶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도 미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도입해 헤드작가라 불리는 쇼러너(Showrunner)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가 함께 집필하는 공동창작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슬기로운 작가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대신 했다는 스콜 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창작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 봉준호 감독에게 그의 전작 <설국열차>를 두고 원작 만화와는 설원을 달리는 계급열차라는 것 빼고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니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바로 ‘설원을 달리는 계급열차’라는 그 점이 원작으로서의 가치라고 답했다는 말이 떠오르며 이 순간, 새삼 그가 더 위대한 거장으로 와 닿는 것은 그가 아카데미 4관왕 수상 감독이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한류로 세계 대중문화를 이끄는 IT강국 대한민국에서 표절이라니! 이제는 OTT 시대다! 세계 각국의 컨텐츠를 시청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시대에 표절이라니! 골라 보다 보면 다 나와!
 
표절 없는, 진정한 오뜨꾸뛰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참고
*OTT (OverTheTop):인터넷망을 통한 미디어 컨테츠 제공 서비스
*오뜨꾸뛰르(Haute couture): 파리 꾸뛰르 조합 가맹점에서 봉제하는 맞춤 고급의류를 말함. 즉 수제 고급의상.
*오뜨꾸뛰르 캐릭터: 필자가 급조한 신조어. 명디자이너의 수제 고급의상처럼 작가가 하나하나 골수를 뽑아내는 고통(?)으로 창조해 낸 그 작가만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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