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 밭과 영화 '해바라기'의 주요 장면 |
해바라기(Sunflower)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황색이고 씨는 식용이다. 키가 3m 정도까지 자라며, 여름에서 가을에 제법 큰 노란색 꽃을 피운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대륙 서부로 추정되나, 기원전부터 인디언의 식용작물로 애용되고 있었다.
1970년에 개봉된 영화가 새롭게 인기 끌어
제2차 세계대전 때 겪었던 어느 부부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 <해바라기>가 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일본에서 3월 말부터 긴급 상영된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舊소련이 합작했다. 주연은 조반나(소피아 로렌 분)과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 1970년에 개봉된 영화다. 냉전기에 소비에트 연방에서 최초로 촬영된 서방국가들의 영화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인한 부부의 비애(悲哀)를 다룬 작품이지만, 수시로 비춰지는 드넓은 해바라기 밭이 압권이다. 이 해바라기 밭은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남쪽으로 5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다’고 한다.
어떤 내용의 영화일까?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폴리의 처녀 조반나와 아프리카 전선행을 앞둔 밀라노 출신의 병사 안토니오는 해안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12일간의 결혼 휴가를 목표로 결혼식을 올린 둘은 행복한 신혼의 나날을 보낸다. 군대를 가기 싫은 안토니오는 거짓 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속임수가 드러나 소련 전선으로 보내진다.
“선물은 모피로..."
아내와 작별한 안토니오는 많은 병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서 밀라노 중앙역을 떠나 전선으로 간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소련으로 찾아 나서
종전 후 조반나는 나이든 안토니오의 어머니를 모시며 남편의 귀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같은 부대에 있었다’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안토니오가 혹한의 설원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그 남자는 눈밭에서 쓰러져 눈을 감는 안토니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다. 조반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안토니오를 찾으러 소련으로 간다.
조반나는 과거 이탈리아군이 전투를 벌였다는 남부 우크라이나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안토니오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헤맨다.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그러나, 많은 병사들이 해바라기 아래 잠들어 있다. 무수한 묘지가 늘어선 언덕까지 안내한 관리 남성은 조반나에게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탈리아 병사와 러시아 병사들이 묻혀 있습니다. 독일군의 명령으로 구덩이를 파내고요. 보세요! 해바라기 숲 아래에도, 보리밭에도, 이탈리아 군인과 러시아 포로들이 묻혀있어요. 그리고 무수한 러시아 농민과 노인, 여자, 어린이…"
“아니에요. 저의 남편은 여기 없어요."
조반나는 단호히 ‘남편은 여기 없다’며 말한다.
러시아 시인 ‘미하일 스베들로프(1903-1964)가 썼다’는 이탈리아 병사들을 위한 추모 시비(詩碑)가 가슴 저미게 한다.
<나폴리의 아들이여!
무엇이 그대를
러시아의 벌판으로 이끌었나.
고향 해변에서
행복하지 않았나?
보스토크 근처에서
그대를 만났을 때
이역만리 베수비오 신을 떠올렸나니.>
그가 살아 있으나 이미 가족이 있어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안토니오를 찾아 헤매는 조반나는 어느 마을에서 사진을 보여준 세 중장년 여성에게서 몸짓을 섞어 ‘따라오라’는 말을 따라 아담한 집으로 안내된다. 그곳에는 젊은 러시아 여성 마샤(루드밀라 샤벨리에바)와 어린 소녀가 살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사정을 살피는 조반나와 마샤. 실내에는 베개가 두 개 놓인 부부의 침대가 있었다. 마샤는 더듬거리는 이탈리아어로 안토니오와 만났던 과거를 말하기 시작한다.
“눈밭에서 한 남자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를 구했습니다. 그때 안토니오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밀라노로 돌아온 조반나는 벽에 걸려 있던 안토니오의 사진을 떼어내고, 울면서 짓밟는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들과 어울린다.
세월이 흘러 안토니오는 약속했던 선물 모피를 들고, 밀라노로 간다. 조반나를 만나서 ‘다시 결합하자’고 호소한다. 순간, 옆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기의 이름이 뭐지?"
“안토니오입니다."
다음 날의 밀라노 중앙역. 모스크바행 기차를 타는 안토니오를 조반나가 배웅한다. 그를 태운 기차가 떠난 이 홈은 예전에 전쟁터에 나갈 때 배웅하던 바로 그곳이었다. 기차는 기적을 길게 울리면서 떠난다. 조반나는 떠나는 기차를 보면서 우두커니 서 있다.
영화이지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되며, 남는 건 눈물과 고통, 피만 남게 되는 비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러시아는 욕심과 자만으로 우크라이나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서 저항하는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해바라기의 꽃말 중에 ‘숭배와 기다림’이 있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려 본다. 평화를 숭배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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