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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성스러운 의미의 파고다 공원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주한 2대 일본 대사 ‘가나야마 마사히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사진 상단 맨 우측이 가나야마 마사히데 전 대사.

지난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탑골공원에서 삼일절 행사를 했다. 대통령이 처음으로 탑골공원에서 행사를 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의 슬픔일까. 비도 많이 내렸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공원에 대한 어원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말일까.
    
‘파고다’는 ‘신에 귀의한다’는 ‘파가바티(bhagavati)’에서 유래한 말이다. 포르투갈어로 ‘파고드(pagode)’이고, 영어로는 ‘파고다(pagoda)’이다. ‘파고다’는 ‘사찰의 탑’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토록 성스러운 의미의 파고다 공원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주한 2대 일본 대사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1909-1997)의 저서 <일한 신시대의 꿈>을 펼쳐본다.
    

30년 전에 꾼 ‘일한 신시대(新時代)의 꿈’

가나야마(金山)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처우가 양국관계의 우호증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가나야마 대사의 한국사랑은 각별했다. 1992년 외교관직을 퇴임하고서도 한국과의 우호증진을 위한 일을 했다. 그는 국제관계공동연구소장, 일한문화협회중앙회회장, 일한친선협회 이사장, 수림외어학교 교장, 목포 공생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의 한국사랑은 저서에도 절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의 책 <일한 신시대의 꿈-일한의 걸어온 길과 미래를 말하다>에는 한국과 일본의 아픈 상처는 물론 미래를 위한 고언(苦言)이 듬뿍 담겨 있다. 책은 총 239쪽의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과 일본의 당면 문제에 대해서 조목조목 지적했고, 주한일본 대사가 쓰기 어려운 역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썼다.
 
책이 나온 지 3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납득이 간다. 책의 앞부분에는 ‘사진으로 본 일한 100년의 역사’가 수록되어 있다. 표지를 넘기면 정장을 한 대한제국고종황제(1852-1919)의 사진이 나온다. 왼 손은 긴 칼을 세워 잡고, 오른 손은 탁자를 짚고 있는 근엄한 모습이다. 두 번 째 장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과 함께 그의 유묵이 실려 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에 직면하면 의리를 생각하고, 위험에 직면해도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한다는 의미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했던 하얼빈 역의 상황과 권총, 이토 히로부미의 가족사진들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29인이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하는 사진과 대한독립의 환희,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조약 비준 서명, 88올림픽 개막식에 이르기까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사진들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안중근에 대한 존경심도 각별  
 
안중근에 대한 가나야마 대사의 관심은 각별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죄를 15개 항목으로 열거한 것과, 제3회 공판에서 발언한 ‘동양평화’는 관심도를 고조시켰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안중근이라고 하는 한국인을 알고 있는 일본인은 결코 많지 않다. 일본인을 기껏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불과하나, 한국에서는 국가적 영웅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동양평화를 위해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을 일본인들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제3회 공판에서 한 안중근의 발언도 과감하게 기술돼 있다.
 
“이번의 행동은 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조선의 독립을 공고히 하는데 있었다."
 
저서 ‘일한 신시대(新時代)의 꿈’은 남북통일에도 비중을 크게 두고 있었다.
 
<동서 독일의 벽이 붕괴된 이래 유럽에서는 자유와 민주화의 큰 물결이 굽이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노라면 ‘다음은 한반도’라고 하는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쪽의 대한민국과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제2차세계대전후의 남북분단으로부터 6·25동란이라고 하는 동족간의 격한 싸움을 거쳐서 긴장관계가 계속되는 한반도도 민주화를 향한 세계의 추세에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원(悲願)인 민족통일도 그리 먼 장래의 문제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아시아 특히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동서독일의 통일과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아픈 상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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