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골라먹으면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임산부가 빈혈 특효약으로 가끔 섭취하는 엽산(葉酸·folic acid)이 50~70살 된 사람들의 인지 능력 감퇴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2월 24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의 제인 더가는 3년간 연구 결과 엽산 식품을 먹으면 기억력, 정보처리속도, 언어 구사능력 등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엽산은 시금치, 오렌지 주스, 마마이트(수프의 조미료로 쓰이는 이스트)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리학자 페르난도 고메즈-피닐라는 식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160개 이상의 보고서를 분석하고, 음식을 잘 조절하면 뇌의 노화를 예방하여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네이처 신경과학 개관(Nature Reviews Neuroscience)' 7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메즈- 피닐라는 산화방지제나 오메가3지방산을 함유한 식품은 효과가 대단해서 국가 전체의 정신 건강과 직결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고메즈-피닐라는 누구나 반드시 산화방지제를 많이 먹을 것을 주문했다. 산화방지제가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물론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체가 에너지를 사용할 때 자동차의 매연처럼 부산물로 나오는 물질은 자동차의 쇠를 산화시켜 갉아먹는 녹처럼 단백질 등 거의 모든 생체분자를 산화시켜 세포를 손상시킨다. 젊었을 때는 세포가 이런 물질의 공격을 물리칠 능력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방어능력이 쇠약해져서 세포가 죽어가므로 노화가 촉진된다. 고메즈-피닐라는 사람 뇌가 몸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소모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가 관찰한 바로는 뇌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산화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이 다량으로 나왔으며 뇌 또한 이 물질로 인해 손상을 입게 마련이었다. 따라서 산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 식품을 많이 섭취하지 않으면 뇌의 노화가 촉진되어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화방지제로 추천되는 대표적인 화합물은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쥐나 토끼 같은 설치류 실험에서 산화에 따른 뇌의 손상을 감소시키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해마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는 장기기억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서 알츠하이머병 등으로 손상되면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산화방지 물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푸른잎 야채, 식물성 유지, 호두나 밤 따위의 견과, 딸기처럼 씨 없는 과실이 손꼽힌다.
 
오메가3지방산 역시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고메즈-피닐라의 연구에 따르면 오메가3지방산은 기억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우울증, 치매, 주의력결핍장애, 난독증 등 정신질환에 걸릴 소지를 줄여준다. 학부모들이 오메가3지방산이 첨가된 빵, 우유, 비타민 정제를 어린 자식들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메가3지방산은 연어 등 생선, 키위, 호두에 많다. 임신 중이거나 젖을 먹이는 기간에 어머니가 이런 식품을 먹으면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8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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