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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와 필리버스터 보장을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한다. ‘사람’을 바꾸지 않고는 근본적인 쇄신이 불가능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인적 쇄신’ 없이는 결코 새로운 재건이 불가능하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 어떻게 새 살이 돋겠는가. ‘사람’을 바꾸지 않고 ‘당명(黨名)’만 바꿔 신장개업하면 과연 국민이 납득하고 지지하겠는가.
  
이 점에서 구국의 결단으로 처절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쇄신의 칼’을 빼들어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해 최소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물갈이하겠다는 쇄신안을 천명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환골탈태하지 않고는 공수처와 선거법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단식 역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한국당의 위기에 책임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청나라 때 고염무가 갈파한 ‘天下興亡(천하흥망) 匹夫有責(필부유책)’이라는 경구처럼 천하의 흥망은 결코 누구 한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그 누구든 더 치열하고 처절하게 싸우고, 국민 속으로 다가가지 못했음을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의원이든 당원이든 지지자든 한국당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 점을 깊이 명심하여 ‘남탓’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겸허히 돌아보는 자성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인적 쇄신은 철저히 ‘계파’가 아닌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도 한국당 내에는 보수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수구 좌파의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분이 많다.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의한 개혁보다 이미 철저하게 실패로 끝난 ‘소득주도 성장’ 등 좌파 모델에 의한 개혁을 추진하는 ‘사이비 보수’도 많다. 한국당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전면적 인적 쇄신을 통해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을 도려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위해 직을 걸고 투쟁하기는커녕 오로지 일신의 안일을 위해 눈치만 보는 웰빙족을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보수의 가치에 헌신해 온 새 인물을 전면적으로 수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공정한 공천룰’이다. 공정한 공천은 선거 승리의 알파요 오메가다. 천하의 공의(公義)에 입각한 진정한 ‘공천(公薦)’이야말로 선거 승리의 요체다. ‘대공지정(大公至正)’ ‘지공무사(至公無私)’한 공천만이 선거 승리를 담보한다. 사람과 계파에 따라 뒤죽박죽 바뀌는 ‘사천(私薦)’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그동안 역대 모든 선거의 승패가 ‘공천의 승패’에 의해 좌우되었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가 아닌가. ‘계파의 이익’을 초월하여 오로지 ‘당의 이익’을 위한 공천룰을 만들어야 한다. 영남과 비영남, 중진과 초재선, 친박과 비박, 탈당과 복당 등 모든 갈등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오로지 ‘보수의 가치’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쾌도난마처럼 잘라야 한다. 이후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룰을 조기에 확정하고, 투명한 평가시스템까지 만들어 이를 통해 천하의 인재들을 삼고초려하여 제대로 모셔야 한다.
  
‘호소이풍렬(虎嘯而風冽) 용흥이치운(龍興而致雲)’ 호랑이가 울부짖으면 반드시 바람은 거세지고, 용이 일어나면 반드시 구름은 모여들듯이 위대한 지도자가 담대한 비전으로 전면에 나설 때 대중은 반드시 호응한다. ‘올바른 후보’를 유권자 앞에 내놓으면 ‘민심의 지지’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한국당은 과거의 ‘수구·반동·기득권 보수’의 이미지를 벗고 ‘혁신·책임·따뜻한 보수’로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야(再生)’ 한다. ‘과거의 익숙한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담대하게 개척하여 진보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변화와 개혁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철학과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이 길만이 한국당이 다시 한 번 역사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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