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한반도 밤하늘에 휘영청 밝게 뜨는 보름달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통력을 갖고 있다.
달은 불교에서 평화와 아름다움을 뜻한다. 특히 초승달은 관음보살의 표지이다. 기독교에서 달은 대천사 가브리엘의 거처이다. 이슬람교는 달이 시간의 척도를 의미한다고 여겨 태음력을 사용한다. 초승달은 이슬람교의 상징이다.
달은 보편적으로 순환적 시간의 리듬을 상징한다. 따라서 옛날 사람들은 달이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위상이 바뀌면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신이상을 뜻하는 영어 낱말(lunacy)이 로마의 달의 여신 루나에서 비롯될 정도였다. 중세 유럽인들은 만월이 되면 멀쩡한 사람도 늑대인간 또는 흡혈귀로 변신한다고 믿었다.
1980년대부터 생체시계를 연구하는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에 의해 달의 위상과 인간 행동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밝혀지고 있다.
이를테면 장기결근, 심장마비, 긴급구조 요청 전화, 정신병 입원환자의 증감이 달의 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음, 폭행, 강·절도, 강간, 자살 기도 따위가 만월되기 2~3일 전에 급격히 증가하는 듯한 통계도 나왔다.
1995년 미국 조지아 주립대 심리학자들은 보름달일 때 음식을 더 먹고 술을 덜 마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98년 이탈리아 수학자들은 출산 경험을 가진 여자일수록 보름 1~2일 뒤에 아기를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0년 영국 통신회사 연구진들은 전화와 인터넷 사용주기가 달의 위상과 일치함을 발견했다.
예컨대 보름달일 때 고객의 인터넷 사용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영국의 몇몇 경찰서는 보름달이 뜬 밤이면 범죄 발생률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경찰관 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달의 위상이 사람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을 만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몇몇 그럴 법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인체의 80%가 물이기 때문에 달의 중력이 바다의 간만(干滿)에 작용하는 것처럼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론이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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