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8일과 19일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화려한 이벤트, 실질 진전 없는 북핵 폐기, 속도 위반의 경협, 구멍 뚫린 안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필자의 총평이다.
먼저 김 위원장 부부의 직접 영접과 의장대 사열, 카퍼레이드, 21발의 예포, 15만 북한 군중 앞에서 직접 연설, 백두산 동반 등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이벤트는 화려했다.
김 위원장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히는 등 말의 성찬(盛饌)도 풍성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이 아니다. '비핵화 담판'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처럼 '이벤트의 흥행성'만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4·27 판문점회담 당시 '롱테이크 무성영화'를 연상케 했던 양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의 쇼만으로 결코 국민의 감동을 자아낼 수 없다. 수령 절대 체제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하더라도 이 또한 역시 '행동'이 아니라 '말'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진실되게 고백하고 국제사회가 그 진위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하는 것(FFVD).'
“화려한 이벤트, 실질 진전 없는 북핵 폐기, 속도 위반의 경협, 구멍 뚫린 안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필자의 총평이다.
먼저 김 위원장 부부의 직접 영접과 의장대 사열, 카퍼레이드, 21발의 예포, 15만 북한 군중 앞에서 직접 연설, 백두산 동반 등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이벤트는 화려했다.
김 위원장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히는 등 말의 성찬(盛饌)도 풍성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이 아니다. '비핵화 담판'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처럼 '이벤트의 흥행성'만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4·27 판문점회담 당시 '롱테이크 무성영화'를 연상케 했던 양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의 쇼만으로 결코 국민의 감동을 자아낼 수 없다. 수령 절대 체제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하더라도 이 또한 역시 '행동'이 아니라 '말'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진실되게 고백하고 국제사회가 그 진위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하는 것(FFVD).'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권력자 김정은이 9월 19일 밤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필자가 회담 전 이번 회담의 '유일한 성패 기준'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첫째, 평양 선언에선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폐기한다는 것과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이 합의의 전부인데 이것이 과연 진전된 내용인가? 동창리 시설 폐기는 6·12 미북 정상회담 때 북한이 약속했던 사안으로 이미 이동식 발사대를 확보한 북한에게는 쓸모없는 시설이 아닌가?
영변 핵시설도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문제가 된 5MW 원자로와 거기 딸린 재처리 시설로 이미 핵폭탄을 영변의 플루토늄이 아닌 다른 지하 시설에서 농축우라늄으로 만들고 있는 북한에겐 거의 실효성 없는 고철이 아닌가?
결국 핵심은 북한이 이미 수십 기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 핵탄두와 핵물질, 고농축 우라늄 지하 농축 시설 등인데 여기에 과연 어떤 합의가 있는가?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합의가 나온 즉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핵사찰을 허용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면합의보다는 특유의 과장법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래서 과연 미국과 국제 사회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겠는가?
양 정상은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북핵'이라는 뇌관을 반드시 제거해야 함을 깊이 새겨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배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비핵화 진도가 이처럼 '게걸음'인데 반해 남북 경협 조치들은 '잰걸음'으로 과속하고 있다.
양 정상은 금년 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으며 또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것들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들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비핵화'보다 앞서가는 '남북 관계만 과속'은 결코 비핵화의 촉진제가 아니라 장애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핵 있는 한반도'에서 남북 경협의 확대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며, 불가역적인 항구 평화를 논하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속도 조절'과 '국민적 선행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월 20일 오전 백두산 방문을 위해 삼지연공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평양순안공항에서 환송을 받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마지막으로 군사 분야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GP 시범철수, JSA의 비무장화, NLL 일대의 남북공동어로수역 논의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 중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10~40㎞ 이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이 구역에서 공중정찰 활동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공중정찰은 상대의 도발 움직임을 파악하는 방어용 작전으로 우리가 핵을 가진 북한군보다 우위에 있는 몇 안 되는 전력인데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군비 통제의 비례성이나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반드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위에서 본 것처럼 실질적인 비핵화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남북 관계만 과속하는 '나쁜 합의'가 되고 말았다.
그 근본원인은 필자의 판단으론 남북 양 정상이 냉엄한 국제 현실을 '차가운 이성'으로 직시하지 못하고 오로지 '우리 민족끼리'라는 '따뜻한 가슴'만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발전된 나라에 비하면 우리가 초라하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핵·경제 병진노선'을 실질적으로 폐기하고 오로지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처럼 겉으로는 평화 깃발을 흔들면서 뒤로는 몰래 핵무기를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것만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고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 무한신뢰만 보낼 것이 아니라 현실을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 아울러 '실질적인 북핵 폐기'가 없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남남(南南) 갈등’만 야기할 뿐임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일사불란한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부디 김 위원장의 답방 이전이라도 '실질적인 북핵 폐기'가 이뤄져 남북이 오랜 대결과 갈등에서 벗어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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