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이경민 기자
● 남성불임 비뇨기과 의사, 두 달만 공부안하면 바보 될 수 있다
● 호르몬 수치로 폐쇄성 비폐쇄성 무정자증 짐작할 수 없어
● 내 남편이 여자다? 46XX 남자의 비극
● 수태를 위해 100일 기도는 과학적인 선택이다
● 아들의 정자를 망치는 한국의 엄마들
● 고환에서 원형정세포 채취해서 시험관시술을 시도하는 것은 무모할 수도
● 목 굵고 허리 굵은 남성이 수태력이 좋다?
● 정자 망치는 오대 악은 술 담배 자전거 사우나 단백질보충제

박정원
1967년 서울출생. 경희대 의대 졸업. 호주 Monash대학교 의과대학 수료. CHA의과대학 유전학 석사졸업. 2013년 대한남성과학회 해외우수논문상 수상. CHA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여성불임센터 조교수. 現 원탑비뇨기과 원장.

 

   
 


무정자증 남성의 외모
 
▶무정자증을 눈치 챌 수 있는 게 있나요? 이를테면 외모라든지.
  “저희 병원 식구들은 알아요. 자꾸 만나다 보니 알게 된 거죠. 클라인펠터증후군의 경우 여성처럼 피부가 곱고 얼굴선이 예쁜 경우가 많아요. 요즘 부모들은 아들이 비디오 형에 맞게 생기면 좋아하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문제는 별다른 외모적 특징이 없는 무정자증도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외모 가지고 ‘무정자증일 거다’라고 예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유전적인 이유로 무정자증일 경우, 고환에서 정자를 찾는 것이 가능합니까? 정자를 찾는다고 해도 결국 무정자증은 대물림 되는 게 아닌가요?
  “정자를 찾으면서도 저는 신의 뜻에 맡깁니다. 과연 이 정자로 임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저도 선뜻 답을 낼 수가 없어요. 유전되기 때문이죠. Y염색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정자증이 된 경우 ‘딸을 낳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과연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서 임신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정자를 찾았다고 해서 기뻐할 일은 아니다 싶어요. 그저 ‘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남성불임 전공 의사가 보기에 수태력 좋고 정자가 건강한 남성상이 있나요?
  “있어요. 목 굵고 허리 굵은 남자가 대체로 수태력이 좋습디다.”
   
▶보통 몇 살 때부터 정액 속에서 정자가 보이기 시작하나요?
  “평균 11세~14세면 보여야 해요. 11세에 자위행위를 시킬 순 없고, 소변을 받아보면 정자가 보입니다. 12세에 소변에서 정자가 나오는 것은 37.5%, 13세에 68.9%에요. 즉 14.8세까지 몽정을 하지 않으면 의심을 해봐야 해요. 특히 요도하열이나 잠복고환 수술을 했다면 반드시 14세 즈음에 몽정을 하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또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 체외수정술로 임신을 했다면 아들을 관심있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자가 없을 거라고 보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정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특히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인 경우 정자 찾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정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유전자가 성염색체 Y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X에도 있고 1번과 9번에도 있어요. 희망을 갖고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고환)을 샅샅이 검사를 해보는 거죠. 제가 하고 있는 미세다중수술은 정자 만드는 공장에 문제가 있든, 유전적 문제든 간에 고환을 조사해보면 정자를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흔히 정자가 없어서 고환 조직검사부터 한다고 합니다. 미세다중수술과 조직검사는 다른 시술인가요?
  “조직검사는 고환 한 군데를 절개해서 고환의 일부 조직을 채취해내는 시술입니다. 그 조직에서 정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는 1차적 방법입니다. 조직검사에서 정자를 찾을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미세다중수술을 도전해볼 수 있지요. 미세다중수술은 또 다른 시술입니다. (미세다중수술은) 고환 조직의 일부를 떼내는 게 아니라 고배율 현미경으로 고환에서 세정관을 모두 뒤져보며 찾습니다. 세정관 어딘가에 어떠한 세포가 있는지 정자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어요. 정자가 나올 만한 큰 조직을 현미경으로 찾아서 떼어냅니다. 제 경우 조직검사와 미세다중수술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꽤 많은 분들이 정자를 찾았어요. 그런데 이 경우 시험관시술로 밖에 임신을 할 수 없고, 시험관시술도 고도의 배양기술이 있는 병원에서만 성공할 수 있더라구요.”
 

 

 

 

▲정자가 없는 정액은 유리처럼 맑다(좌)

 

 
▶남성의 경우 조직검사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시술 아닌가요? 고환을 건드린다는 게.
  “맞아요. 고환 조직검사를 너도 나도 하고 있는데, 고환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포크레인으로 조직을 팍 뜰 수도 있고, 아주 조금만 뜰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조직을 떼어내면 자칫 고환조직을 다칠 수 있어요. 저는 0.1cm 정도 떼어냅니다.”
 
박 원장은 “고환 같은 생식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인즉 아무리 무정자증으로 판명이 났다고 해도 폐쇄성,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추적해봐야 하고, 급기야 고환에 직접 메스를 대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남성불임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정자가 생성되는 기전을 알고 싶네요.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져서 부고환에서 성숙해지고 똑똑해져서 정관을 통해서 정낭을 지나서 전립선을 통과해서 요도를 지나서 사정이 되는 거잖아요. 옛날에 어르신들이 아기 점지 기도할 때 100일 기도를 했지요? 의학 지식이 하나도 없는 선조들이 기막히게 과학적이었어요.보통 꼬리달린 정상 정자가 되는데 약 72~76일 걸리고, 꼬리 달린 정자가 고환 안에서 부고환으로 나와서 성숙해지는데 12~18일 걸립니다. 그래서 총 90일 걸린다는 거예요. 그러니 100일 기도의 정성으로 몸을 만들고 정자를 좋게 했다는 겁니다. 자식 한 명 만드는데 술 마시고 즐기면서 얼떨결에 만드는 게 아니라 그만큼 공을 들인 거죠.”
 
▶조직검사, 미세다중 수술 등은 결국 고환에서 정자를 찾기 위함인데, 유치원생 중학생 정자라도 찾는다는 건가요?
  “아주 민감한 부분입니다. 일부 불임병원에서 원형정세포를 채취해서 체외배양을 통해 임신을 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2003년에도 2008년에도 세계적인 학회에서 “원형정세포를 가지고 아기를 갖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발표했어요.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거죠. 몇몇 국가에서는 불법입니다. 원형정세포로 시험관시술을 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에요. 멈춰야 합니다.

자, 보세요. 고환에는 세르톨리 세포와 생식세포가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는 생식세포, 즉 애기씨를 보호하고 키워주고 먹여 살리는 세포, 즉 유모세포라고 하지요. 이 유모세포가 정자를 보듬어 주고 영양분도 공급해주고 키워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애기씨가 자라기 시작해서 유치원생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는 전 과정은 세로토닉 세포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유모세포 없이 덜렁 원형정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일선 병원에서 고환에서 채취한 미성숙 정자를 체외에서 성숙시켜서 체외수정(시험관시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요?
  “다만 이런 건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가 잡고 있는 정자들이 있어요. 정자 머리가 있고 세르톨리 세포가 정자 머리를 잡고 있는 거죠. (세르톨리 세포가) 과연 정자 머리를 잡고 있는 이유가 미성숙이여서 인지, 문제가 있어서인지 여부는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나마 꼬리까지 형성되어 있는 정자라면 체외에서 조금만 배양하면 완전한 정자가 될 수 있겠다 희망하는 거죠.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마지막 단계의 정자니까요. 하지만 원형정세포, 즉 애기 정자를 꺼내서 체외에서 배양시켜서 수정시킨다는 건 터무니없는 도전입니다. 마지막 단계의 정자 정도는 찾아내서 체외수정을 진행하는 건 도전할만하다고 봐요. 미세다중수술로 그런 정자를 찾는 것도 엄청난 배양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면 반드시 시험관시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럼요. 정자라도 정상 사정(射精)에 의해 정액 속에 있는 정자와 고환에서 채취된 정자는 달라요. 또 심지어 아주 어린 정자(성숙이 완전하지 않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정자의 경우 스스로 수정력이 없어요. 미세수정(ICSI-’난자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으로 강제적으로 수정시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의 미세수정의 경우 고도의 경험이 풍부한 배양 강팀이어야 맡길 수 있어요.”
 
▶실제로 미세다중수술로 인해 무정자증인데도 정자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요?
  “전 환자와 붙들고 울 때가 많습니다. 어떤 분은 99년도에 오른쪽 고환에서 정자가 없으니 포기하라는 소리를 들었다가 최근 저에게 왔어요. 반대편에서 정자가 나왔습니다.”
 
▶그 정자로 시험관시술을 했나요?
  “못했습니다. 아내가 나이가 많아서 시도조차 못했어요. 결국 아기는 못 가졌습니다. 제가 이런 걸 접하니까 일선 산부인과 의사들,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자꾸 불만이 생기더라구요. 남성들과 함께 흐느껴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고환에서 정자 찾을 가능성 확률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무정자증 남성들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순 없습니다. 최선의 노력으로 찾아보는 수밖에요.”

<4편에서 계속됩니다>

관련기사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