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전적 정의 ’이성애 기준’으로 되돌아갔다
표준국어대사전 행위주체 ’어떤 상대’서 ’남녀’로 재변경
’사랑’에 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가 대학생들의 제안으로 ’성(性) 중립적’인 쪽으로 바뀌었다가 항의 민원이 빗발치자 1년여 만에 원래 정의로 되돌려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월31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웹페이지에서 검색한 ’사랑’의 4번째 정의는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사랑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성 간 벌어지는 행위로 풀이했다.
가족, 친구, 조국 등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정의는 이와 별도로 두고 있다.
국어원은 앞서 2012년 대학생 5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성 소수자 차별을 만든다"며 사랑의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하자 이를 수용, 그해 11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과 관련한 5개 단어의 뜻풀이를 변경한 바 있다.
당시 뜻이 바뀐 단어는 ’사랑’ ’연애’ ’애정’ ’연인’ ’애인’ 등 5개였다.
’사랑’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연애’는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애정’은 ’애인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 ’연인’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 ’애인’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각각 뜻풀이가 바뀌었다.
이들 단어의 행위 주체를 전통적 성 관념상 성별인 ’남녀’로 명시하지 않고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까지 포괄할 여지를 둔 셈이다.
그러나 기독교계 등 일부에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국어원은 이들 단어에 대한 내부 재검토를 거쳐 지난 1월 ’사랑’ ’연애’ ’애정’ 등 3개 단어의 행위 주체를 ’남녀’로 되돌렸다.
국어원의 한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문제제기가 들어와 말뭉치 등 언어자료를 검토하고 공식 심의절차를 거쳐 사전적 정의를 다시 바꿨다"며 "’연인’과 ’애인’은 ’사랑’의 뜻을 따라가므로 그대로 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어사전은 실제로 쓰이고 있는 언어적 자료를 모아 수록하는 것뿐"이라며 "재변경 이전 뜻풀이는 한쪽에서 보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전형적인 쪽을 기준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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