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이 지능대결을 벌인 경우는 많았지만, 일반 대중이 인공지능의 위력을 처음 실감하게 된 것은 2016년 3월이었다. 이세돌과 알파고 리Alphago Lee 1.0라는 인공지능이 바둑 대결을 펼쳤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로 명명된 이 대국은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기면서 동시에 공포감을 안겼다. 대국의 결과는 알파고 리의 4승 1패 승리였다.
  
그로부터 14개월이 흐른 2017년 5월에는 더욱 강력해진 알파고 리2.0가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결해 3연승 했다. 당시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인 커제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인공지능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다시 5개월 후, 구글 딥마인드는 새로운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를 개발해 투입했다. 이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을 습득한 후 30시간의 학습을 수행하고, 기존 알파고 리와 100번 대결해 모두 승리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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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제로와 같은 인공지능이 점차 감각, 직관, 통합, 통찰과 같은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뉴시스DB

주목해야 할 점은 알파고 제로가 바둑만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알파고 제로는 쇼기나 체스와 같은 게임의 기초적인 규칙만 대입해주면 스스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해간다. 알파고 리가 특정 주제에 관해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추론해가는 알고리즘인 것과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알파고 리는 모든 가능성을 추론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아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반면, 알파고 제로는 심층 신경망으로 가능성이 큰 소수 대상을 선별해내고 집중해서 학습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프로그램으로 알파고 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과 속도, 목표를 달성한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는 데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당장은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유리하거나 만회가 가능한 대안도 찾는다. 이것은 알파고 제로와 같은 인공지능이 점차 감각, 직관, 통합, 통찰과 같은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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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알파고 리나 알파고 제로가 바둑을 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하나의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인공지능을 인공특수지능(Artificial Speci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사진=뉴시스DB

인공일반지능으로 한 걸음 더
 
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알파고 리나 알파고 제로가 바둑을 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하나의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인공지능을 인공특수지능(Artificial Speci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공특수지능은 인간처럼 요리하고 바둑을 두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오로지 하나 혹은 소수의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지능이 인공특수지능이다.
 
더구나 알파고 리와 같은 인공지능은 그 물리적 크기도 상당하다. 알파고 리는 1,202개의 CPU, 176개의 GPU로 이루어진 연결된 슈퍼컴퓨터이다. 그러니 알파고 리의 덩치는 작은 건물의 크기와 맞먹는다. 하지만, 알파고 제로는 4개의 TPU(Tensor Processing Unit)와 44개의 CPU 코어만으로 구성된, 알파고 리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 단일체 컴퓨터이다. 이 컴퓨터가 쇼기, 체스, 바둑을 모두 통달했다. 이런 인공특수지능의 발전과정은 인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분양에서 지능을 발휘하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향한다.
 
구글 딥마인드 테크놀로지(Deep Mind Technologies)는 알파고 제로의 인공지능 성과를 설명하면서 ‘더는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활용해 만든 발전소의 전력분산시스템이 전력사용 효율을 평균 30%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특수지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확인한 딥마인드가 이제부터는 산업용 인공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에는 인공지능 개발보다 활용할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IT와 관련된 대부분은 이렇게 분업과 외주로 실행되고 있다.

 
연결로 더 강해지는 인공지능
 
개인에게 인공지능은 어디서부터 피부에 와 닿을까? 2020년을 기점으로 개인에게 가장 빠르게 확산할 인공지능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활용하는 작은 크기의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공지능 모니터이다. 아직 음성인식 수준이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양, 콘텐츠가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가정과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역할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냉장고, 가정용 로봇, 텔레비전에 내장되면서 스마트폰의 시리(Siri), 빅스비(Bixby), 어시스턴트(Assistant)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와 연결되고 결합할 것이다.
 
2022년이 되면 새로운 가전제품을 구매한 가정에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가전제품 간의 연결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실제로 그런 제품이 출시되지만, 2022년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가격, 기술 등의 장벽이 낮아지고 적용 분야가 대폭 확장해 대중적 보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022년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연결되는 시기로, 앞에서 설명한 인공특수지능이 연결로 더욱 강력한 인공지능이 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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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에서 인공일반지능 로봇이 출현하려면 5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료를 분석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학습능력,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지각능력, 자연어를 이해하는 언어이해력,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그것이다. 사진=뉴시스DB

인공지능, 산업의 블랙홀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IBM,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IT 거대기업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공지능 기술기업을 흡수하면서 더욱 빠르게 기술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IBM은 의료, 자동화 공장,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안면인식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거의 99.9%에 이르는 성과를 냈다. 구글은 딥러닝(Deep Learning), 추론(Reasoning),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기술개발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은 인공지능으로 소비자가 로그인하는 순간 배송을 준비하는 예측배송시스템을 이미 2014년에 개발했다.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인공지능 주가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인공지능 금융투자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선물, 환율과 같은 응용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인간의 감각과 판단에 의존하는 투자 성과를 넘어선 지 15년이 넘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2019년 3월에 뉴스를 진행하는 인공지능 앵커를 개발해 24시간 방송에 투입했다. 영국의 공영 방송사 BBC는 인공특수지능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시장을 2019년 200조 원에서 2024년에는 3배가 커진 60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새로운 변수 양자컴퓨터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개발되는 인공지능은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많게는 서너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특수지능이 중심이다. 이런 인공지능 컴퓨터는 외형적으로 크기가 급속하게 줄고 기능은 배가된다. 여기에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의 상용화 시기도 변수다.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뛰어난 연산처리 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거대 IT 기업과 대학들이 연합해 치열하게 개발 경쟁을 해 2019년에 이미 슈퍼컴퓨터를 넘어섰다. 인공특수지능은 컴퓨터기술 발전과 융합하면서 발전하다가 2045년경에 이르면 인공일반지능을 갖춘 컴퓨터, 로봇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에서 인공일반지능 로봇이 출현하려면 5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료를 분석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학습능력,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지각능력, 자연어를 이해하는 언어이해력,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그것이다. 2017년의 알파고 제로가 위 5가지 중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없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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