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거 100여 년간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그 중심에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기업들이 있다. 미국 자체가 그렇게 운영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등장하면 정당한 가격으로 기업을 사거나 기술에 투자해준다. 기술기업의 아이디어가 좋다면 크라우드펀딩으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테슬라Tesla도 이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벌써 파산했어야 옳다. 이것이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간단한 논리이다.
미국은 이런 기업 생태계를 법과 제도로 지원한다. 그래서 자본과 기술,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기술혁명을 주도한다. 미국은 인공지능, 바이오기술, 3D 프린팅 분야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앞섰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서 만든 결과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보면 알 수 있다. 산업혁명을 포함한 모든 혁명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혁명을 정부가 주도하면 독재고, 민간이 주도해야 혁명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주도해서는 1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가별 전략을 보면 이런 상황은 더 명확해진다. 미국은 대부분을 민간이, 독일과 일본은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지원하고, 중국은 정부가 그림을 그리고 기업이 움직인다. 그리고 자기 나라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한다. 미국과 독일, 중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술혁신과 융합의 방향을 설계했다. 미국, 독일, 중국의 차이라면 독일은 자동화 공장Smart Factory과 같은 기술로 제조의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점에서, 중국은 내수시장을 우선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본은 로봇, 금융, 사람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 지속해온 제조와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깨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움직이던 공장, 병원, 매장, 학교조차 인공지능으로 가동되는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독일은 이미 2012년부터 미국 및 일본 기업과 손잡고 자신들이 가진 제조의 강점을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으로 표방하며 개발, 생산, 서비스 등의 전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는 모델을 완성해가고 있다. 일본은 센서, 로봇, 금융 등으로 차별화하여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내세우며 내수에 기반을 둔 기술개발 전략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기술기업을 사들이며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
독일에는 쿠카Kuka와 같은 산업용 로봇 세계 1위 기업이 있다. 이 로봇이 가득한 공장을 만드는 것이 자동화 공장 건설이다. 하지만, 이 공장을 운영하는 운영시스템은 인공지능이다. 2018년 OECD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일을 세계 7위권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1위, 다음은 중국, 이스라엘, 영국, 캐나다, 일본, 그다음이 독일이다. 물론 한국은 그보다 한참 아래인 12위권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독일은 인공지능에서 앞선 미국기업과 협력해 공장을 건설한다. IBM이 인공지능으로 공장을 구동하는 ‘사이버 운영시스템’을 설계하고, 독일의 쿠카가 생산용 로봇 을 제작하고, 일본의 키엔스Keyence가 센서와 계측 장비를 설계하여 협업으로 자동화 공장을 건설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을 사람을 키우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지만, 인구도 없는 우리가 모든 것을 이렇게 접근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기술을 가진 기업, 국가와의 격차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지금은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이다. 이미 기술이 만들어낸 실업과 싸우는 과정에 돌입했지만, 2020년부터는 덩치가 계속 커지는 실업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도 반영해야 한다. 우리가 윈도Windows나 안드로이드Android를 만들어서 세계 최고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게임에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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