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필자에겐 정치가보다는 시인으로 각인된 도종환(65) 님의 시 ‘접시꽃 당신’의 한 대목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쓴 시인의 절절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4일 아침 출근길, 동네의 작은 공원에서 접시꽃과 눈을 마주쳤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냈다. 꽃이 바람 따라 요리조리 흔드는 모습도 재미 만점이었다. 꽃이 예뻐서 가까운 후배 두 명에게 사진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활짝 핀 꽃처럼 웃음 넘치는 하루되세요. ♡♡"
 
“와우! ‘접시꽃 형님’이시네요...ㅋ"
 
순간, 비바람이 몰아쳐서 우산이 ‘훅-’ 날아갈 뻔 했다.
 
접시꽃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란다. 색깔은 진분홍과 흰색, 중간색도 있다. 꽃잎은 홑꽃과 겹꽃이 있지만 홑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무궁화 꽃과 비슷하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5개가 나선상으로 붙는다(네이버 백과).
 
꽃말은 ‘단순’, ‘편안’ ‘다산’, ‘풍요’ 로 알려져 있으나 ‘단순한 사랑’, ‘아양 떠는 사랑’이라는 익살스러운 꽃말도 있다.
 
KakaoTalk_20200624_152039985_02.jpg
일본에는 장마철 무렵에 피기 시작해서 장마와 함께 끝난 것에 빗대어 ‘츠유아오이(梅雨葵)’라고 한다.
접시꽃과 다치아오이(立葵)
    
일본에서는 접시꽃을 ‘다치아오이(Althaea rosea)’라고 한다. 속명 ‘Althaea’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터키 종(種)과 동부 유럽 종의 접종설(說)이 유력하다.
  
또 하나의 설이 있다. 일본에는 장마철 무렵에 피기 시작해서 장마와 함께 끝난 것에 빗대어 ‘츠유아오이(梅雨葵)’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길이가 3m나 되는 초화로 중간 부분부터 줄기 위로 향해 꽃을 무수히 달려 피어 올라가고 있는 모습에 느긋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정원 등에 심어져 있는 것을 채집하지만, 작은 송이의 것을 골라서 밑에 있는 꽃은 제거하고, 위에 있는 꽃이나 봉오리를 살린다.
 
메이지 시대의 유명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의 소설 ‘마음’은 이렇게 마감한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갖는 기억을, 되도록 순백의 상태로 보존해 주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니까."
 
‘접시꽃 당신’같은 순수한 '마음'이 소설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