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전 세계에 있는 친구·가족·지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우리는 세계를 연결하는 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를 서로 더 가깝게 합시다. 당신과 이 여정(旅程)을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페이스북이 내건 슬로건이다. 페이스북은 당시 하버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마크 저커버그(Mark E. Zuckerberg)와 에두아르도 세버린(Eduardo Saverin)이 공동 창업했다. 불과 19세의 나이였다. 15년이 지난 오늘 페이스북의 세계 사용자는 약 25억 명이다. 2020년 예상 수익 813억 달러(한화 100조 원). 경이로운 일이다. 페이스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의 신화 막아야

페이스북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 미디어학과 시바 바이디야나단(Siva Vaidhyanathan·54) 교수다. 그는 저서 <페이스북은 어떻게 우리를 단절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소통확대와 민주주의 확산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번역자는 홍권희(61) 씨다. 그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출신으로 연세대 객원교수 겸 강릉원주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미디어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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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의 책 <페이스북은 어떻게 우리를 단절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를 번역한 이는 홍권희(61) 씨다. 그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출신으로 연세대 객원교수 겸 강릉원주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미디어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책을 쓰게 된 나의 동기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 신화가 되고 그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바로 그런 대화를 촉발시키기 위한 것이다. 너무 늦을까 봐 걱정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병폐가 더 깊어지기 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또한 저자는 서론에서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저커버그의 인터뷰와 연설에서 나는 관대하지 않은 결론을 하나 더 얻었다. 저커버그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는 미묘한 차이나 복잡성·비상상황·심지어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그에게는 인간들의 상호간에, 그리고 지구에 저지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일에 대해 역사적인 감각이 결여돼 있다.>
 
역사적 감각 결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대한 결함인 것은 사실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본론은 모두 7개의 챕터(Chapter)로 구성돼 있다. 챕터의 제목들이 강렬하며 자극적이다. ‘페이스북은 오락 기계·감시 기계·주목 기계·자산 기계·시위 기계·정치 기계·허위정보 기계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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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는 책에서 '페이스북은 오락기계' '페이스북은 시위 기계'라고 주장한다. 원본 표지. 출처=야후재팬

페이스북은 오락 기계이자 시위 기계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는 챕터1에서 페이스북은 오락기계라고 단언한다.
 
<페이스 북은 오락기계이다. 즐거움은 가볍고 덧없다. 그것이 우리를 페이스북으로 계속 돌아가게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또한 불안 기계, 분노 기계, 그리고 원망 기계이기도 하다. 쾌락은 가볍고 덧없을지 모르지만, 원한은 깊고 오래간다.>
 
저자는 또 ‘페이스북은 시위 기계이다’라고 강조한다.
 
<페이스북은 동기 유발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페이스북의 설계된 방식 때문이고, 강한 감정적 대응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그 알고리즘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은 숙고를 위해서는 쓸모없는 도구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예로들면서 정치적 도구라고 일갈(一喝)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그런 솜씨를 보여 줄 수 있었는가? 그는 클린턴만큼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오랜 세월 검증하는 미국 선거 정치판의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도, 전문가들과 노련한 기자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0개 별개 선거구의 지저분하고 역동적인 선거판을 그네처럼 흔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름아닌 페이스북의 역할이었다.
 
페이스북은 ‘허위 뉴스’를 양산해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를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아니라 ‘허위 뉴스’라고 표현한다. 단순한 가짜가 아니라 ‘사기’ ‘기만’ ‘속임수’의 의미가 내포하고 있어서란다. 그가 주장하는‘ 허위 뉴스’의 교묘함이다.
 
<‘허위 뉴스’가 성공하는 열쇠 중 하나는 이것들이 전문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허위 뉴스’는 페이스북 콘텐츠를 재빨리 공유하는 사람들의 확립된 습관과 페이스북의 엣지랭크(Edge Rank: 노출의 정도) 알고리즘에 잘 맞게 돼있다.>
 
<권위주의 정권이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반정부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데 있다.>
 
저자는 ‘페이스북은 난센스 기계’라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무력하고 취약하다. 도구와 기술들이 우리를 파멸시키겠다고 위협한다. 우리는 무한한 재능을 발휘하지만 숙달하지는 못한다. 무한한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지혜를 보여주지 못한다>라고.
 
저자는 또한 ‘미국이 페이스북을 해체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페이스북이라는 권력 집중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에게도 희망을 걸지만 조바심이 가득하다.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다.
 
<유럽·캐나다 한국 일본 호주 브라질 멕시코 뉴질랜드 심지어 인도에서도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여전이 있다. 그러나, 날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저자는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고 강조한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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