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0만명 안팎이던 일자리 증가가 지난 8월엔 3000명으로 떨어지는 등 사상 최악의 고용참사가 이어지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총동원해 단기 알바 등 '가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성적표가 유난히 초라한 현 정권이 '통계 조작'을 통해 국민의 눈을 일시 속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산하기관을 압박하여 2개월~1년짜리 임시직 등을 양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단기 일자리 실적 및 계획 현황조사’라는 공문을 공공기관에 보내 채용을 압박하고 있는데 명목은 실적과 계획조사라지만 단기 일자리 확대 지침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아닌가?
 
이에 따라 LH·코레일·농어촌공사 등이 '전세 임대주택 물색 도우미'니 '체험형 인턴' 같은 이름을 붙여 많게는 수천 명 규모의 알바 채용을 이미 시작했다.
  
이것이 과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올바른 정책인가? 한쪽에선 무리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마찰을 일으키고, 다른 한쪽에선 단기 일자리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앞뒤가 맞는 정책인가?
  
필자는 이번 정부 대책은 통계 조작을 통해 국민의 눈을 일시 속이려는 꼼수로 평가한다. 단기 알바를 급조해 통계를 바꾸려는 '통계조작 성장'은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죽이는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한다. 알바 취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되지 않고, 공기업 경영은 더 어렵게 만들며, 국가재정까지 압박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으로 단언한다.
 
첫째, 단기 알바는 개인적 차원에서 실업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지원이 끊기면 바로 사라질 위와 같은 가짜 일자리가 아니다. 어르신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보육 시설 봉사나 독거 노인 안부 확인, 휴지 줍기 등 몇 개월짜리 단기 알바가 결코 아니다. 젊은이든 어르신이든 추구하는 일자리는 적정 임금에 적정 근로 조건이 충족되고, 평생 자아실현을 하며 일할 수 있는 소위 '좋은 일자리'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박탈감을 키울 수 있고 자칫 기간 연장과 정규직 전환 문제로 갈등만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다. 또한 '동족방뇨(凍足放尿)', 즉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한 미봉책으로 오히려 근본적인 실업 대책을 막는 자해(自害) 정책이다.
  
정부는 일자리 숫자만 맞추겠다는 얄팍한 술책으로 고용참사를 가리려 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실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자세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대책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차원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공기업은 공공재라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나 본질은 '기업'이다. 따라서 공기업도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 품질 등 경제적 가치를 결코 도외시 할 수 없다.
  
최근 탈원전 등 한국전력의 예에서 보듯이 공기업에서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하면 기업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영이 방만하게 되어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18~2022년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예측한 한전 및 발전자회사의 2018년도 당기순이익은 총 2조1138억원이었으나 올해 작성한 재무계획에선 2235억원 순손실로 예측됐다. 이렇게 적자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수많은 불필요한 알바를 고용하는 것이 과연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가?
   
정부는 더 이상 공기업을 잘못된 정책의 도구나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경영의 자율성, 독립성, 책임성을 확고하게 보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대책은 국가적 차원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막대한 국민 세금만 삼켜 국가재정에 큰 압박을 준다.
  
일자리는 '세금'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것임은 동서와 고금의 역사가 증명하는 불변의 진리임에도 현 정권은 끝까지 '세금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도대체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투입된 세금이 얼마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지금은 비록 세금이 잘 걷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로 과연 언제까지 세금이 잘 걷힐 것인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일자리 창출은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들이 자진해서 신사업을 하도록 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 정권과 정확히 '반대의 정책'이다.
  
한번 고용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강성 노조가 판치고, 온갖 규제는 천국을 이루며, 세금 부담만 커지는 그런 지옥 같은 기업 환경에서 투자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지 않은가?
   
정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라도 정책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통계조작 성장', '세금주도 성장', '소득주도 성장' 등 경험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공리공론(空理空論)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공허한 이념이나 탁상공론식의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히 실천과 경험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검증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한시간이라도 돈을 받고 취업했으면 취업자로 분류되는 지침을 악용하여 통계화장을 위한 의미없는 국민혈세를 더 이상 낭비해선 안 된다. '통계 조작'은 '여론 조작' 못지않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적으로, 경제 성적이 나쁘면 '정책'을 바꿔야지 '통계'만 바꾸려 해선 결코 안 된다.
   
현 정권은 '일자리 뻥튀기'를 통해 일시적 위기를 모면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실사구시(實事求是)', '실천궁행(實踐躬行)'에 의한 정책의 대전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백약이 무효며, 현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통계'가 없어도 국민들이 '체감(體感)'으로 더 잘 안다. 부디 '마이너스'로 예상되었지만 '4만5000명 증가'로 나타난 9월 취업자 통계가 '분식(粉飾)'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