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의도의 샛강 변을 걸었다. 벚나무의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
도심까지 내려온 단풍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바람 따라 뒹구는 낙엽은 애련(哀憐)했다.
<내 몸이 떨어져서 어디로 가나/ 지나온 긴 여름이 아쉬웁지만/ 바람이 나를 몰고 멀리 가며는/ 가지에 맺은 정은 식어만 가네/ 겨울이 찾아와서 가지를 울려도/ 내일 다시 오리라 웃고 가리라.>
나훈아(74)의 노래 ‘낙엽이 가는 길’을 흥얼흥얼 하면서 길을 걸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낙엽들이 우르르 달아났다. 낙엽들을 보면서 세월의 빠름과 동시에 덧없는 인생을 돌이켜 봤다. 필자가 오래전에 썻던 일본의 이야기를 다시 옮겨본다.
비에 젖은 낙엽
‘일본의 남편들은 대체로 가정 일에 무관심하다’고 소문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편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남의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인 듯싶다.
그것은 ‘황혼 이혼’에 대한 이야기다. 꽤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하는 사회풍조이다. 남편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온갖 뒷바라지를 하던 부인은, 남편의 퇴직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순간 ‘이혼을 제의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참고 견디었으나...이제는 내 갈 길을 간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냉정한 부인이다. 그러나, 부인 입장에서 보면 그 반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황혼 이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비에 젖은 낙엽’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도쿄대학의 여교수가 명명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비에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듯이, ‘부인 옆에 꼭 붙어있는 처량한 남편 신세’를 비유한 것이다.
벚나무의 낙엽
며칠 전 여의도의 샛강 변을 걸었다. 벚나무의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일까? 하면서 길을 걸었다. 순간, 일본 작가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의 소설 <사쿠라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한 대목을 떠올려 봤다.
<그래.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있어. ‘사람들이 벚나무(?)의 단풍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지.>
작가는 사람들이 벚꽃의 화려한 면만 즐길 뿐, ‘꽃이 지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일침을 가했다.
'어찌 벚꽃뿐이랴.'
화려한 권좌에 있는 사람에게만 발길이 잦은 사람들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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