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Blue)’로 여행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여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의 우울증은 더 깊어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외는 물론, 국내여행조차 쉽게 떠나지 못할 정도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급기야 ‘가상여행’이 등장했다. 주간경향의 보도에 의하면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최근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는 ‘가상여행’이다. 지난 7월 타이베이 쑹산공항에는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항공권을 들고 몰려들었다. 실제로 발권도 하고 비행기에 탑승까지 했다.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타이완 동부 해안을 지나 남중국해 상공을 거쳐 다시 출발한 공항으로 돌아오기까지 기내에서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충분히 그럴 것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저서 <여행의 기술>에 묘사된 여행에 대한 함축된 의미를 짚어본다.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여행은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妙味)인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비행기가 착륙하자 금연등(禁煙燈)이 꺼지고 기내의 스피커에서 조용한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떤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언제나처럼 나를 어지럽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상실의 시대)의 한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아닌지...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녀는 나에게 머물다 가길 권했고,
어디 좀 앉으라고 말했어.
(...)
눈을 떴을 때
난, 혼자였어.
그 새는 날아가 버린 거야.
난, 벽난로에 불을 지폈어.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에서"
소설 속으로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린 지금에 와서도 나는 그 초원의 풍경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가 있다. 며칠인가 계속된 부드러운 비로, 여름 동안 쌓였던 먼지가 말끔히 씻겨 내려진 산은 깊고 선연한 푸름을 머금고 있었다. 10월의 바람은 억새 잎을 한들한들 흔들고 있었으며, 기다란 구름이 얼음장처럼 투명한 푸른창공에 떠 있었다. 하늘이 너무나 높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아파 올 지경이었다. 바람은 초원을 건너 그녀의 머리카락을 잔잔히 흔들고는 잡목 숲으로 빠져 나갔다.>
<나뭇잎들이 사각거리고,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다른 세계의 입구로부터 들려오는 것만 같은, 희미하고 어렴풋한 울음 소리였다. 그밖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어떤 소리도 우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느 한 사람과도 마주치질 않았다. 다만, 빨간 새 두 마리가 초원 속에서 무엇인가에 겁먹은 듯 날아올라, 잡목 숲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아사히신문 사설
소설이 나온 후 1988년 12월 27일자 ‘아사히신문’의 사설을 인용해본다.
<6월에 가와사키 시청의 한 간부가 부정한 주(株)를 구입한 사실이 탄로 나면서부터 시작된 리쿠르트 의혹사건은, 누구보다도 세상 모두를 시야에 두고 행동해야할 사람들까지, '자기중심적으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정부가 그렇게까지 소비세에 매달려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아마도 그렇게 예측했기 때문일 것이다....소설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커다란 흐름을 갑작스럽게 바꾼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반문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라고.>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필자 또한, 고개만 갸우뚱 할 뿐이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댓글 총0건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