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全)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현상를 두고 필자는 ‘청색행성’ 지구를 파괴한 인류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고 본다. 이제 인류는 자연중심기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중심기술인 ‘청색기술’은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해법을 모색한다. 당연히 녹색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것이다.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 처리적 대응의 측면이 강한 반면, 자연중심 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하려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청색기술은 선형경제·녹색경제를 순환경제·청색경제로 이끌어 갈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청색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회의원 후보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서울 대림동 남부사업소 부지에 ‘청색경제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는 ‘청색기술 특성화대학’과 ‘청색기술융복합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청색기술에는 생명공학, 생태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인공지능, 신경공학, 집단지능, 건축학, 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분야가 망라된다. 청색기술이 발전하면 녹색성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색성장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명실상부한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1868년 미국에서 가시철사에 대한 특허가 출원되었다. 19세기 후반 서부의 평원으로 국토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땅에 정착한 농부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방목된 소떼가 먹이를 찾아 일정 지역을 벗어나거나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려면 가시가 달린 식물로 울타리를 쳐야만 했다. 그러나 가시덤불 울타리는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소떼에게 쉽게 뚫렸다. 특히 목제 울타리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어 미국 전역에 필요한 울타리 건설비용이 1871년 당시 미국 정부가 지고 있던 채무와 같은 액수일 정도였다. 이런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한 것이 관목 울타리를 모방해서 만든 가시철사이다.
 
1948년 스위스의 전기기술자인 조르주 드 메스트랄(1907~1990)은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 것을 모방해서 벨크로(Velcro)를 발명했다.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는 한 면에 도꼬마리 씨앗을 본뜬 갈고리들이 달려있고, 다른 면에는 걸림고리들이 달려 있어 꺼끌꺼끌한 쪽과 부드러운 쪽을 붙여 떨어지지 않게 하는 여미개이다. 옷, 신발, 가방에서 두 짝을 한데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부분에 벨크로를 박음질해 달면 잘 떨어지지 않게 여밀 수 있어 단추나 지퍼 대신에 널리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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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서울 대림동 남부사업소 부지에 ‘청색경제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는 ‘청색기술 특성화대학’과 ‘청색기술융복합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후보와 주동식(광주 서구갑) 후보. 사진=뉴시스DB

생물영감과 생물모방


21세기 초반부터 가시철사나 벨크로처럼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여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 사물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신생 분야는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물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기술인 생물모방(Biomimicry)이다.
 
자연 전체가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의 연구 대상이 되므로 그 범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넓다. 이를테면 생물학, 생태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재료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인공생명, 신경공학,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건축학, 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 분야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생물에서 영감을 얻고, 또 생물을 본뜨는 연구야말로 모든 지식을 융합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2008년 10월 《지식의 대융합》을 펴낸 이후 강연과 저술을 통해 지식융합, 기술융합, 산업융합의 대중적 확산에 전념해온 나로서는 이 신생 분야를 국내 독자에게 서둘러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2012년 5월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를 펴낸 것도 그 때문이다.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을 아우르는 용어가 해외에서도 아직 나타나지 않아 ‘자연중심기술’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이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자연중심기술이 과학기술의 여러 부문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이 책에서는 △자연을 본떠 만든 물질 △생물을 모방하는 로봇 △인체 부품을 보완하는 신경보철과 인공장기 △집단지능 △에너지 △자연에서 배우는 건축 등을 통해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재확인해준다.
 
21세기 들어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이 각광을 받게 된 까닭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나노기술의 발달이다.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나노미터, 곧 10억분의 1m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물을 본뜬 물질을 분자 수준에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도마뱀붙이(게코) 발바닥의 빨판이나 연잎 표면의 돌기처럼 나노 크기의 물질들을 흉내 낸 새로운 소재가 잇따라개발되었다.
 
자연중심기술에 주목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생물모방 로봇의 개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벌새나 파리의 비행 원리를 모방하는 초소형 비행체(micro aerial vehicle·MAV)와 문어처럼 뼈가 없는 연체동물을 본뜨는 소프트 로봇(Soft-bodied Robot)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끝으로 세 번째 이유는 자연중심기술이 청색 행성인 지구의 환경 위기, 특히 물 부족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참신한 접근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령 나미브사막풍뎅이의 물 생산 기술을 모방하면 전 지구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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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기술은 21세기 생태시대(Ecological Age)의 새로운 도전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사보 2015년 5·6월호 캡처

청색기술과 청색경제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연중심기술은 녹색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 처리적 대응의 측면이 강한 반면, 자연중심 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하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중심 기술이 발전하면 녹색경제의 대안으로 청색경제(Blue Economy) 시대가 개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회의에서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Nature’s 100 Best)>이라 불리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세계자연보존연맹과 유엔환경계획(UNEP)의 후원을 받아 마련된 이 보고서는 생물로부터 영감을 얻거나 생물을 모방한 2100개 기술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100가지 혁신기술을 선정하여 수록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만든 군터 파울리는 벨기에 출신의 환경운동가이다. 2010년 6월 파울리는 자연의 100대 혁신 기술을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한 저서인 《청색경제》를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안에, 100가지의 혁신 기술로, 1억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10 years, 100 innovations, 100 million jobs)>이다.
 
파울리는 이 책에서 100가지 자연중심 기술로 2020년까지 10년 동안 1억 개의 청색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100가지 청사진을 통해 자연의 창조성과 적응력을 활용하는 청색경제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면 자연중심 기술로 인류가 당면한 환경위기를 극복하여 지속가능한 자연중심의 경제가 실현될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규모의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청색경제의 맥락에서 자연중심기술을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고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제안한 바 있다. 청색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과학기술의 틀에 갇힌 녹색성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색성장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청색기술은 특히 우리나라가 서둘러 세계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는 명실상부한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지혜를 배우면 지구를 환경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청색기술을 단순히 과학기술의 하나로 여기지 않고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색기술은 21세기 생태시대(Ecological Age)의 새로운 도전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사보 2015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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