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따라서 어떠한 선거 부정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國基) 문란 범죄다. 이 점에서 양파 껍질 벗기듯 나오는 지난해 6월 울산시장 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권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탄핵'을 통해 정권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메가톤급 핵폭탄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애초 ‘하명 수사’에서 시작됐던 검찰 수사는 현재 ‘후보 매수’ ‘선거공약 개입’으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사족(蛇足)일수도 있지만 위 수사에 있어 대통령을 비롯한 어떠한 성역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 하명 수사, 후보 매수, 선거개입 공약 뒤에 모두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현 시장의 당선을 위한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제2의 안종범 수첩'으로 불리는 송병기 울산 부시장의 2017년 10월 13일 일지에는 ‘비서실장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또 메모에는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고,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 등의 내용도 있다. 과연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비서실장을 비롯한 모든 청와대 참모들이 위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 민주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선거 부정이 다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역사의 전범을 세워야 하는 검찰 수사가 결코 '권력의 장벽'에 막혀선 안 된다. 검찰은 권력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나아가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의 정점까지 성역 없이 수사할 때 더 이상의 검찰개혁 논의는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둘째, 검찰은 본 건을 수사함에 있어 전 정권과의 형평성을 정확한 저울로 달아 대공지정(大公至正)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親朴)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 등을 하게 한 혐의로 2년의 실형이 확정된 상태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다수의 경찰 간부들도 선거 정보수집에 관여한 혐의로 현재 재판중인 상태다.
 
이번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전 정권의 혐의보다 훨씬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법치의 생명은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는 국민의 믿음이다. 검찰은 이점을 깊이 명심하여 형평성과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셋째,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 정권과 검찰은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본 사안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다. 청와대든, 여당이든, 법무무든 어떻게든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다. 만의 하나 청와대나 법무부가 인사권이나 감찰권, 수시지휘권을 무기로 검찰의 수사 칼날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이는 정권의 몰락을 더욱 앞당길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건의 경우 송병기 일지(日誌)나 통화내역 등 물적 증거, 임동호나 김기현 측의 진술 등 인적 증거,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이루어진 객관적 사실 등 차고 넘치는 증거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검찰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체진실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다.
 
검찰은 '결연한 의지'와 '비장한 각오'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한 치 물샐 틈 없는 꼼꼼한 수사로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증거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선거공작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면 결국 정권이 바뀌었을 때 '특검' 밖에 답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거짓과 은폐'보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해 온 것은 역사에 의해 검증된 진리다.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결코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도 경험에 의해 검증된 진리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