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김재철 前 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해 기각시킨 적이 있다. 당시에도 검찰은 아무런 정당한 이유도 없이 수갑을 채운 채 포토라인에 세우려고 해 필자가 관련 규정을 근거로 강력 항의, 결국 수갑을 풀고 인터뷰를 한 사실이 있다. 앞으로 흉악범 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위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검찰이 언론 앞에서 이재수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오로지 '망신주기'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이것이 과연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사는’ 군인에게 검찰이 할 짓인가. 명백한 '명예살인' 아닌가...윗선을 불면 무조건 선처하고 불지 않으면 구속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플리바게닝인가. 궁박한 처지에 몰린 피의자를 압박해 윗선을 잡는데 필요한 진술을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검찰 적폐가 아닌가...검찰은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이러한 舊시대적이고 反인권적인 수사야말로 개혁대상 제1호가 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신조로 평생 위국헌신(爲國獻身)한 참군인 이재수 전(前) 기무사령관이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적 선택을 했다.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와 관련해 “한 점 부끄럼 없다"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령관의 비극적 선택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특정인을 겨냥한 먼지떨이 표적수사, 악의적 피의사실 공표와 불필요한 수갑채우기 등 망신주기 여론수사, 회유와 협박이라는 과도한 플리바게닝 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사진=대검찰청
   
  
'영장 재청구'와 '별건수사'

 
첫째,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수사와 관련해 '영장 재청구'와 '별건수사' 문제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검찰은 이재수 전 사령관에 대한 영장기각 후 새로운 조사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행태를 볼 때 어떻게든 별건수사나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는 명약관화했다. 최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에도 영장이 기각되었지만 검찰은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재청구를 공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진정으로 청산해야할 검찰의 적폐중의 적폐다.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따라 모든 수사를 완료한 후 영장을 청구하고 만약 법원이 기각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불구속 기소하면 되지 왜 법원을 과도하게 비난하며 끝까지 재청구를 하는가. 모든 수사는 '사람'이 아니라 '행위'를 대상으로 해야 함은 법리 이전에 상식 중의 상식인데 왜 사람을 표적으로 나올 때까지 저인망식 먼지떨이 별건수사를 하는가.
   
이번에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제2의 이재수'는 반드시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과거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건의 변창훈 검사부터 이 사령관까지 검찰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직접적인 살인만 살인이 아니라 '명예나 인격살인'도 살인임을 깊이 명심해 잘못된 수사관행 근절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진=대검찰청
  
 
김재철 前 MBC 사장 영장실질심사 때도 수갑 채우려 해 
    
둘째, 망신주기 여론수사와 관련하여 '악의적 피의사실 공표'나 '불필요한 수갑채우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검찰의 고질병인 악의적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지적이 있었으므로 아래에서는 수갑채우기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대검(大檢) 예규인 '신병 관련 업무처리 지침' 제10조 1항은 “대상자의 도주, 위해 우려, 비품 파손 등 인치장소의 안전과 질서를 훼손하는 경우에 수갑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시 대검 예규인 '체포호송 등 장비사용에 관한 지침' 제3조도 "도주의 방지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검찰의 관행은 과연 어떠한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온 이 사령관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덮개로 수갑을 가리긴 했지만 누구나 수갑이 채워진 사실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과연 적법한 검찰의 행위인가? 법에는 “대상자의 도주, 위해 우려, 비품 파손 등 인치장소의 안전과 질서를 훼손하는 경우에 한해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령관의 경우 과연 어디에 해당하는가. 상식적으로 영장실질심사에 스스로 출석한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나. 흉악범도 아니고 일국의 기무사령관까지 지낸 분이 위해나 비품 파손 등 인치장소의 안전과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
   
결국 검찰이 언론 앞에서 이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오로지 '망신주기'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이것이 과연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사는’ 군인에게 검찰이 할 짓인가. 명백한 '명예살인' 아닌가.
     
필자는 얼마 전 MBC 김재철 전 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해 기각시킨 적이 있다. 당시에도 검찰은 아무런 정당한 이유도 없이 수갑을 채운 채 포토라인에 세우려고 하여 필자가 규정을 근거로 강력 항의하여 결국 수갑을 풀고 인터뷰를 한 사실이 있다. 앞으로 흉악범 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위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수 수사의 최종 타깃은 결국 박근혜·김관진 아니었나"
   
셋째, 수사협조에 어느 정도 선처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과도한 플리바게닝은 피의자에게 허위진술의 유혹과 인간적 신뢰 사이에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이재수 사령관 수사의 최종 ‘타깃’도 결국 ‘김관진 안보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사령관은 검찰이 진상 규명보다 수사의 최종 타깃을 미리 정해 놓고 과녁에 맞을 때까지 끊임없이 괴롭힐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적절한 수사인가. 윗선을 불면 무조건 선처하고 불지 않으면 구속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플리바게닝인가. 궁박한 처지에 몰린 피의자를 압박해 윗선을 잡는데 필요한 진술을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검찰 적폐가 아닌가.
       
이재수 사령관의 경우 이미 부하 군인이 세 명이나 구속된 상태에서 아래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고 위에서 불법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본인이 살기 위해 윗선을 허위로 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살신성인(殺身成人)의 희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이재수 사령관의 억울한 죽음...검찰의 잘못된 수사적폐 관행 철폐하는 계기 삼아야"
    
위의 세 가지 외에도 현재 일부 정치 검사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무리한 하명수사는 우리의 법치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두 분의 전직(前職) 대통령 외에도 자유민주주의의 최일선 수호자들이 적폐로 매도돼 도대체 몇 명이 옥고를 치르고 있는가.
   
현 정권과 검찰이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적폐청산이란 미래를 향한 시스템 개혁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환부를 외과수술처럼 정확하고 신속하게 도려내는 수사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수사는 어떠했는가. 위에서 본 것처럼 오로지 보수정권을 겨냥하여 편견과 선입견으로 미리 결론을 내린 뒤 무리하고 강압적 수사를 통해 역으로 결론을 꿰맞췄으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양 흘리고, 이를 통한 국민의 분노 여론을 수사에 역이용하지 않았는가.
    
검찰은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이러한 구시대적이고 반(反)인권적인 수사야말로 개혁 대상 제1호가 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이번 이재수 전 사령관의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하고, 억울한 죽음이 그동안 검찰의 잘못된 수사적폐 관행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되어 헛된 죽음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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