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역대 대법원장들은 미래만 보고 앞으로 가면 됐지만 나는 미래와 동시에 과거도 함께 봐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많이 외롭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선문답으로 더 이상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사법부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허물어버리면 누가 과연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는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끝없이 사법부를 흔들려는 외부의 개입에 적극 대처하면서 '특정성향'이 아니라 '전체 사법부의 首長'으로서 大公至正의 자세로 허물어진 법원에 대한 믿음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의혹이 있는 판사들의 탄핵을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차원에서 탄핵을 본격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가시화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이번 법관탄핵 사태는 이미 행정부를 장악하고 입법 권력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이제는 자신들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분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서 사법 권력의 밑동마저 장악하는 시도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력 비판하면서 여야 정쟁도 격화되고 있다.
    
'법의 지배' 뿌리째 흔들리는 시대...여론에 의한 정치적 결정에 불과함을 깊이 명심해야
     
'판결의 권위’와 '법의 지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사법 역사상 미증유(未曾有)의 대위기를 과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법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필자는 '지금 현 시점'에서 탄핵은 답이 아니라 생각한다. 실체진실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탄핵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탄핵을 반대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 제27조 4항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프랑스 '권리선언'에서 비롯된 동 원칙은 우리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대원칙으로 판사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국회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는가? 어떤 기준으로 수십 명에 달하는 연루 의혹 판사 중 탄핵 여부를 선별할 수 있는가?
 
언론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탄핵 소추를 위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법관 13명의 징계 요청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일방적인 검찰의 주장에 불과한 공소장이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또한 징계가 최종 확정되기도 전의 요청서가 과연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탄핵은 판사로서 평생 쌓아온 명예를 송두리째 뺏는 것으로 형벌 못지않은 가혹한 처벌이다. 그런 만큼 대상자의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명백히 입증될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명백히 범죄로 밝혀진 것이 과연 뭐가 있는가? 검찰은 대부분의 혐의에 '직권남용'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검찰의 직권남용이 아닌가?
법관은 '대통령과 달리 형사소추 특권이 없어' 금고 이상의 형만 확정되면 탄핵과 마찬가지로 즉시 파면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조용히 지켜볼 때다.
  
국회는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부터 의결하는 것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의한 의결이 아니라 오로지 여론에 의한 정치적 결정에 불과함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를 통해 "지난 정부 시절 사법농단,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뒤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대법원 청사 중앙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의지·소신 믿고 뼈를 깎는 자성 통해 국민 신뢰 받는 사법부로 굳건히 서야
  
둘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상 사법부의 개혁은 가능한 한 스스로의 자정(自淨) 노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필자는 과거 양승태 사법부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가사 과거 사법부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법부의 개혁은 외부의 타율적 개입보다는 법관들의 양심과 정의, 의지와 소신을 믿고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탄핵 발의는 어떤 형태로든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추후 정권 교체시마다 끝없이 혼란이 거듭되는 악순환만 가져올 뿐이다.
 
국회는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는 점을 깊이 명심하여 어설프게 사법개혁에 개입하여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에 의해 진실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는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지켜보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더 잘못된 결정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아
   
셋째, 헌법재판관의 구성상 헌재(憲裁)가 과연 법관탄핵에 대해 공정한 심리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탄핵의 경우 헌재에서 최종 인용되기 위해서는 6인 이상의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현재 헌법재판관 중 6인 이상이 제척·기피에 해당할 정도로 사법농단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분들이 대부분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 때 임명된 분들은 어떤 형태로든 사법농단의 '피의자'와 연관되어 있고, 현 정권에서 임명된 분들은 우리법연구회 등 '피해자'들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국민들이 흔쾌히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결정이 나겠는가? 결국 특별재판부 구성이 불가능한 헌재의 경우 오히려 사법농단과 무관한 판사들로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한 법원보다 더 잘못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공정과 객관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판사들의 대표 기구가 이렇게 운영돼도 좋은지 깊이 고민하여 전체 판사들의 진정한 총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대법원
   
 
법관대표회의, 과연 대표성 있나
    
마지막으로, 법관대표회의가 과연 전체 법관의 총의를 정확하게 대표하느냐의 문제다.
    
법관대표회의는 약 3000여명의 판사 중 117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에 절반 이상이 우리법연구회 출신 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다.
   
사법부내에 이러한 사조직이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전체 판사의 약 6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 단체 출신들의 의사가 마치 전체 판사들의 의견처럼 잘못 인식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실제 청주지방법원 등에서는 전체 법관의 의사와 배치되는 대표자의 표결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지 않은가?
    
앞으로 공정과 객관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판사들의 대표 기구가 이렇게 운영돼도 좋은지 깊이 고민하여 전체 판사들의 진정한 총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필자가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았는데 끝으로 김명수 대법원장께 고언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역대 대법원장들은 미래만 보고 앞으로 가면 됐지만 나는 미래와 동시에 과거도 함께 봐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많이 외롭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선문답으로 더 이상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사법부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허물어버리면 누가 과연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는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끝없이 사법부를 흔들려는 외부의 개입에 적극 대처하면서 '특정 성향'이 아니라 '전체 사법부의 수장(首長)'으로서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로 허물어진 법원에 대한 믿음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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