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의 세월호 참사 10일째. 실종자 가족만큼이나 생존자 가족도 비통함의 날을 보내고 있다. 침몰자 중 한 사람도 생존자가 없는 가운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산사람은 살아야 하며, 생존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와 인천시는 생존자의 심리안정과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위해 세월호 침몰사고로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입은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및 실종자 가족들의 체계적인 재난심리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실제로 이번 사고 생존자들은 희생자에 대한 죄스러움 등의 심각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장애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 안산지역의 19개 의료기관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 등으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을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치료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이지영] |
한편,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생존 여학생과 가족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가 끊기거나 생리가 아닌데도 부정출혈(하혈 등)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제기했다. 인체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생식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명희 원장(라헬여성의원 원장)은 “강도 높은 정신적인 충격은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정상적인 생리를 위해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에서 호르몬 자극과 반응이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뇌 시상하부 자율신경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주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도맡은 중요한 부위다. 특히 매달 생리를 하게끔 생식관련 호르몬을 분비시켜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하는 거다.
김 원장은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이 저하되고 뇌하수체에서의 호르몬 분비가 교란 되면 부정출혈 혹은 무배란성 생리끊김, 배란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리는 배란 때 호르몬에 의해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비임신으로 인해 혈과 함께 배출되는 것으로, 여성의 몸은 생리로부터 14일까지는 난자를 키우고 배란하기 위해 에스트로겐이, 배란 이후에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 분비되기에 일정한 주기로 매달 규칙적인 생리를 할 수 있다. 만약 생리할 때가 아닌데 생리처럼 혈이 비친다면, 이는 정신적 충격에 의해 갑작스럽게 자궁내막이 탈락이 되어 버린 경우에 속한다.
19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들의 경우 무월경과 부정출혈 등으로 고생한 케이스가 적지 않았으며, 세월호 참사 생존자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생리도 아닌데 출혈이 나오고, 생리가 몇 달씩 끊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약간의 출혈이라도 4-5일 이상 길어지거나 하혈 양이 많다면 부인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김 원장은 조언한다. 정신적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상황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겠지만, 치료를 놓칠 경우 계속되는 출혈로 인한 통증과 생식 관련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리불순 혹은 무배란으로 인한 무월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
김 원장은 “부정출혈이 나올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 병행까지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평소 생리주기로 계산했을 때 3번 이상 생리를 거르거나, 6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 무월경으로 간주하고, 설사 청소년이라고 해도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가 원인검사를 해 보라”고 당부했다.
독자댓글 총0건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