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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조선일보 도쿄특파원은 “한국에서도 노부부간 또는 나이 많은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늘면서 일본처럼 간병인이 환자를 학대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사진=조선일보 캡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이른바 가족간 개호(간병)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너무 흔해 언론에서는 비중 있는 뉴스거리도 아니라고 한다. 이태동 조선일보 도쿄특파원은 6월 17일자 신문 ‘특파원 리포트’에서 “드물긴 하지만 '노노(老老) 간병 살인'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이 특파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후쿠이현(縣)에서 70대 며느리가 남편과 90대 시부모를 수건으로 목 졸라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며느리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시는 와중에 남편까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홀로 세 사람 수발을 들다 돌이키지 못할 선택을 했다. 효부(孝婦)로 칭송받던 여성이 '개호(介護·간병) 피로'의 늪에 빠져 한순간에 살인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개호 살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한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나가와현에서 '남편 교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6월 5일 73세 주부가 한밤중 자고 있던 83세 남편의 목을 천으로 졸라 살해했다. 여성은 장남 신고로 들이닥친 경찰관들에게 "남편 간병에 지쳤다"며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특파원은 “두 사건은 세 가지의 공통점 있다"고 했다. 첫째, 범행 동기가 '간병에 따른 피로'라는 점이다. 둘째,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사이다. 셋째,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노인(老人)이다. 이 특파원은 “일본에선 이 같은 '개호 살인'이 특별한 뉴스 취급도 못 받을 만큼 흔한 일이 됐다"며 “일본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간병 피로' 때문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 193건으로 연평균 40건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에 따르면,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8%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인데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老)-노(老)' 케어가 보편화되면서 '노노 개호 살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후생성 조사에서는 간병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있는 세대 가운데 주 간병인이 65세 이상인 세대가 55%였다. 노인이 노인 환자를 돌보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노노(老老) 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간병인 스스로가 환자 수발을 들다 체력적·정신적으로 병을 얻기 쉽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전문 시설에 입소시키거나 직업 간병인에게 간병을 맡기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고 이 특파원은 전했다.
 
그는 “일본 정부도 이런 사회적 흐름에 맞춰 2000년 개호 보험을 도입한 뒤 40세 이상 국민들에게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수요자인 노인 인구가 계속 늘면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고 개인 부담 보험금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5% 가량 된다. 지금 추세라면 머지않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 특파원은 “한국에서도 노부부간 또는 나이 많은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늘면서 일본처럼 간병인이 환자를 학대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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