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는데 그중 하나가 ’볼일’을 봐서 기저귀를 갈아야 했어요. 제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니 아기 엄마들이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는 식의 시선을 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기저귀를 딱 가니깐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죠."
아기 기저귀를 척척 가는 모습을 재연하는 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는 ’삼둥이 아빠’로 더 유명한 배우 송일국(43)을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극장 건물에서 만났다.
송일국은 결혼 4년 만인 지난 2012년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를 낳았다.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어머니(김을동 의원)가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친 것이 아이들의 이름이 됐다.
요즘 일요일 오후 안방극장은 이 기운차고 해맑은 세 쌍둥이에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말쑥한 정장을 갖춰 입었지만 ’삼둥이 아빠’ 잔상이 강한 송일국에게 지난 7월 아내 없이 아이를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기를 담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방송사로부터 1년 전부터 계속 제의를 받았어요. 정말 지겨울 정도로요.(웃음) 아내는 정말 강력하게 반대했어요. 저도 아이들이 고생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러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과 정말 하고 싶은 경험도 하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고 했다.
"어른이 3명 이상 있어야 식당이라도 갈 수 있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도 크게 작용했다.
송일국과 세 쌍둥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사람들이 송일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고 아이 셋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단 채 인천아시안게임 성화 봉송에 나선 그의 모습은 인구에 회자됐다.
"성화 봉송 때 인기를 실감했죠. 원래는 아이들을 태운 수레를 끌려고 했어요. 당일 아침에 문득 생각해 보니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저랑 떨어지면 불안해할 것 같아서 붙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송일국에게 지금과 같이 큰 인기를 누리는 소감을 묻자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인기는 대한, 민국, 만세가 있는 것이고 저는 거기에 얹혀 있는 거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아저씨나 애 아빠 이미지가 강해질까 걱정도 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면서 "그동안 제 이미지가 실제와 다르게 많이 강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때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기할 정도로 2012년 초부터 작품이 안 들어왔어요. 제가 그 이전에 점점 내리막을 걷는 상황이기도 했고, 독도 수영 횡단을 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계속 작품이 없었어요. 세 쌍둥이가 돌이 될 때까지 너무 고생했죠."
그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안 들어왔다는 의미 아니냐’는 물음에 눈을 크게 뜨더니 "아니요. 정말 1년 동안 작품이 안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잔치하고 나니 거짓말 같이 광고 제의부터 들어왔다. 그 1년간 아내보다 더 열심히 육아를 했던 것이 이렇게 보상받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웃었다.
"육아를 잘 하지는 않고 노력하는 수준"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송일국은 세 쌍둥이 하나하나를 떠올릴 때마다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그렇게 3명 다 다르게 낳으라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음식을 먹여도 대한이는 변비, 민국이는 설사, 만세는 정상이다. 그래서 키우는 재미는 있다"고 말했다.
"아내한테 이야기하면 혼나겠지만 아이를 더 낳고 싶다"고 말한 송일국은 "다음 아기가 딸이라는 보장만 있으면 낳을 텐데 아니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어느덧 아빠가 되고, 아이들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인간 송일국에게나 배우 송일국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제 스스로 확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주위에서 기름기가 많이 빠졌다고들 말씀하세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바뀌었나봐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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