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목소리도 늙는다. 성대가 늘어지면서 소리가 탁해지거나 갈라지는 것이다. 흔히 고령(高齡)이 되면 성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섬유가 줄어든다. 얼굴 피부에 주름이 생기듯 성대에도 잔주름이 생긴다. 탄력 잃은 성대는 양쪽 아귀가 딱 맞게 마찰하지 못해 쉰 소리가 난다. 성대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액 분비도 감소한다. 진동이 고르지 않아 음향의 풍성함이 준다. 후두 연골에 칼슘이 축적돼 뼈처럼 딱딱해지는 경화(硬化) 현상도 온다. 이 경우 성대 유연성은 더 떨어져 높낮이 조절이 쉽지 않다. 식도와 위장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이 약해져 그사이로 위산이 역류, 성대를 상하게 해 목소리가 탁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77세인 연극배우 박정자의 목소리에는 이른바 ‘나이살’이 거의 없다. 젊은 여성처럼 낭랑하고, 찰랑찰랑하다. 멀리까지 소리가 퍼지는 '음성 줄'도 길다.
왜 그럴까.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가 그 이유를 집중취재했다. 김 기자는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인 최홍식 하나이비인후과전문병원 목소리클리닉 원장의 도움을 얻어 박정자씨의 ‘목소리 비밀’을 알아봤다.
최 교수에 따르면, 배우로서 체득한 복식 호흡이 발성을 안정적이게 하고 소리를 힘 있게 보낸다. 성대를 너무 안 쓰면 단조로운 모노톤 목소리가 된다. 성대는 현악기와 같아 평소에 다양한 음역대별로 목소리를 내고 갈고닦아야 녹슬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 들어도 맑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지려면 연극배우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음(高音) 저음(低音) 섞어 가며 다양한 톤의 소리를 내고, 큰 소리도 적절히 질러야 한다. 가끔 노래방 가서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다.
의사이기도 한 김 기자는 “나이 들면 목 주변 살들이 늘어져 젊었을 때보다 코골이가 심해지고 침과 점막 점액 분비도 감소한다"며 “성대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려면 코골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구강 건조를 줄여야 하며, 커피도 줄이고,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권했다. 또 위산 역류를 막기 위해 소식(小食)하고, 식사 후 바로 누워 지내는 습관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김 기자는 “목소리 관리에 금연은 필수"라고 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 김 기자가 전한 ‘나이 들어도 맑은 목소리 유지하는 비법 10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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