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는 지난 8월 말 '9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강원도 김화군 일대 수도고지 전투에서 활약한 공해동 육군 하사를 선정하며 포스터 배경 사진으로 고지전을 벌이는 군인들의 사진을 실었다. 그런데 이 사진 속 군인들은 중공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출처=조선일보

 

국가보훈처가 매달 선정·발표하는 6·25전쟁 영웅 포스터에 국군이 아닌 중공군(中共軍)의 돌격장면을 넣었다고 조선일보가 10월 7일자 지면을 통해 보도했다. 보훈처는 지난 8월 말 '9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강원도 김화군 일대 수도고지 전투에서 활약한 공해동 육군 하사를 선정하며 포스터 배경 사진으로 고지전을 벌이는 군인들의 사진을 실었다. 그런데 이 사진 속 군인들은 중공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보훈처는 이 포스터에 공해동 하사를 기리며 "불굴의 의지로 수도고지를 지키다"란 글귀를 적었다. 그러면서 공 하사에 대해 "육군에 입대해 수도사단의 기관총 사수로 수도고지 전투에 참전했다"며 "우박처럼 쏟아지는 실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고 격찬했다.
 
보훈처는 공 하사의 투혼에 힘입어 수도사단이 마침내 중공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고지를 사수할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포스터에 나온 군인들이 공 하사와 그의 전우들인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중공군이 '항미원조 전쟁(6·25) 중 최대의 승전'으로 선전해온 '상감령 전투' 때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전쟁기념관이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2000년 발행한 서적 '아! 6·25 그때는 자유를, 이제는 통일을'에 게재된 문제의 사진에 '중공군이 상감령 전투에서 고지를 향해 돌격하고 있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상감령 전투는 중국이 유엔군의 진군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전투로,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저격능선' 전투와 '삼각고지' 전투를 합친 개념이다.
 
이에 대해 보훈처 측은 9월 전쟁영웅 포스터에 중공군 사진이 실린 사실을 인정했다. 보훈처 측은 “포스터 제작을 맡긴 민간 업체가 인터넷 사진을 가져다 썼는데 이를 제대로 고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진을 자세히 보면 군인들 복장이 중공군인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문제의 사진은 국립서울현충원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국군으로 둔갑한 중공군 사진을 공식 블로그에 올린 것에 대해 현충원 측은 "직원 실수"라고 답변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각 부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적지 않게 보도되고 있다. 군 안팎에선 보훈처의 이와 같은 업무 처리가 단순 실수 차원이 아니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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