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북한까지 나섰다. 김정은은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미사일 탑재를 위한 잠수함 건조현장을 둘러보며 한국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핵무기와 핵탑재 신형미사일을 가진 북한에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한국을 향해 핵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위협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안보는 한 언론이 표현한 것처럼 ‘동네북’이 됐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해 "남조선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 때에 깨닫고 최신무기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의 위력시위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과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 남북관계 발전 약속을 지키라는 뜻으로 보인다. 예컨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의 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7월 25일 새벽 강원도 원산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5월 9일 이후 77일 만이다. 동해를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밀고 들어오던 러시아와 중국은 독도 영공까지 건드렸다.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사드를 추가 배치 않는다, 한·미·일 군사 동맹은 않는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에 가입 않는다’는 안보 주권 포기 선언까지 내주며 사드 문제를 해결했다던 우리 정부만 바보가 됐다"고 썼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의 동맥을 누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볼턴 안보 보좌관이 일본과 중재에 나서 줄 것으로 기대했더니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같은 안보 청구서만 내밀었다. 볼턴이 한반도를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은 미사일을 쐈다.
 
이게 한반도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내치(內治)는 둘째로 치고 작금의 안보현실이 이렇다. 조선일보는 7월 26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달 말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이 만났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간 적대 관계가 실질적으로 종식됐다"고 했다. 한국 영토에서 성사된 미·북 회동에서 정작 우리는 배제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잠시 말을 주고받은 것에 감격하며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북은 판문점 회동 때 "2~3주 내 개최한다"고 합의했던 미·북 실무 협상에 3주가 넘도록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을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미국 측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19-2 동맹 연습'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런 북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군은 훈련 이름에서 '동맹'을 빼기로 했다.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돌아온 결과가 북의 쌀 지원 거부와 미사일 발사다. 요즘 북은 대한민국을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처럼 함부로 대한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두 달 전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우리 군은 "불상 발사체"라고 불렀다. 제3자는 물론 북한까지 미사일이라는데 우리만 미사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북이 핵을 탑재해 대한민국 영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위협하는데도 우리 안보와는 무관한 일인 양했다.
 
계산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로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아니면 된다면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가 별거 아니라는 식이라고 대응했으니 북이 다시 미사일 도발을 해도 문제 삼기 어렵게 됐다. 안보에서 한번 원칙을 허문 대가다.
  
조선일보는 “한반도 주변 세력이 번갈아가며 대한민국을 건드려 보고 있다"며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다. 이런 위기가 거듭돼도 청와대는 태평하기만 하다. ‘이래도 괜찮은 것이냐’고 걱정하는 국민만 불쌍하다"고 적었다.
 
국제관계는 철저히 자국(自國)이익으로 작동되는 세계다. 개인적 감정이나 감상이 들어가서는 나라와 국민이 위태로워진다.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인사가 반일(反日)감정만 강조하는 듯하니 국민들은 중국, 러시아, 북한의 안보위협보다 반일감정에 정신이 몰려있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중반을 달리고 있다.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역설의 나라 대한민국’이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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