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삼성서울병원, 30세 이상 남성 8천916명 상관성 분석결과
 
주로 위에 서식하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이 대장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으로, 국내 중년층 이상 보균율이 55~65% 정도로 높은 편이다. 보통 건강검진에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조기위암 등을 동반한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되면 항생제 처방이 권고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준·김은란·홍성노 교수팀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장내시경 등의 건강검진을 받은 30세 이상 성인남성 8천916명을 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균과 대장 용종(폴립) 사이에 이런 상관성이 관찰됐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나이, 비만 여부, 흡연·음주력, 운동여부, 아스피린 복용이력, 가족력 등 대장 용종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통계적으로 보정하고, 헬리코리박터균과 대장 용종의 관련성만 분석했다.
 
대장 용종은 대장 점막에 비정상적으로 자란 혹이 장의 안쪽으로 돌출된 것을 말한다. 용종 중에서도 크기가 1㎝ 이상으로 크거나 조직검사에서 조직분화도가 나쁘면 대장암의 전 단계인 ’선종’이라고 한다. 선종은 그만큼 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조직검사용 집게나 올가미 등으로 즉시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용종이 자칫 불완전하게 제거되면 다시 자라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분석 결과 대장 내 선종의 발생 위험도는 헬리코박터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3배 높았다. 특히 대장암이 될 가능성이 ’진행성 선종’만 놓고 보면 보균 그룹이 비보균 그룹보다 발생 위험이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에 주로 머물러 있는 헬리코박터균이 어떻게 대장 용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연구팀은 몇 가지 원인을 추정했다.
 
우선 헬리코박터균이 가스트린이라는 위액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이 대장 점막을 자극함으로써 용종 발생 위험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또 헬리코박터균 그 자체로 대장 내 세균에 악영향을 끼쳐 장 건강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만성 염증에 시달리게 해 용종이 생길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김태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과 대장 용종와의 관련성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이번 대규모 연구로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밝혀졌다"면서 "위암이 아닌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 등의 측면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의 표준 치료법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Helicobacter) 최신호에 게재됐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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