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박교훈교수 |
첫 아이를 예정보다 이른 임신 28주 만에 조산한 김모(33)씨. 김씨의 첫째 아이는 현재 발육이 늦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김씨는 두 번째 임신한 아이마저 22주 만에 역시 조산했다. 안타깝게도 둘째 아이는 세상의 빛조차 보지 못했다.
김씨는 이제 셋째 아이 임신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또 조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상황이다. 이런 걱정에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조산은 임신 20주를 지나 임신 37주 이전의 분만을 말한다. 인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임신의 약 10% 정도에서 발생하고 신생아 사망 및 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임신 24주에 아이를 낳으면 심각한 뇌신경학적 장애 없이 생존하기 어렵고, 임신 32주 이후 분만했을 때는 아이에게 뇌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신생아의 뇌신경학적 장애가 산모의 임신 기간과 반비례하는 셈이다.
보통 어떤 질병을 예방하려면 그 질병이 생기는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조산도 마찬가지로 조산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산의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 중 하나는 ’이전 임신에서 조산한 경험’이다. 조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다음 임신에서 조산할 위험이 1.5~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전 임신에서 조산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임신 몇 주에 몇 차례나 있었는지, 만삭에 분만한 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임신과 분만에서 조산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체크 사항이다.’
또 다른 조산 위험요인은 ’단축자궁경부’다. 임신 중기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입구인 자궁경부의 길이가 25㎜ 이하로 측정됐을 때를 말한다. 이 경우 25㎜ 이하에서는 약 30%, 15㎜ 이하에서는 약 50%에서 조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이전에 분만 경험이 없는 초산모는 물론이고 만삭 분만을 경험한 산모에게도 적용된다. 혹시 모르는 단축자궁경부를 찾아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임신 18~24주 사이에 초음파를 시행한다. 그러나 이전 임신에서 조산한 적이 있거나 자궁경부 손상이 있었던 고위험군은 이보다 더 이른 임신 16주께부터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이외에 사소한 위험요인으로는 임신 초기 비뇨생식계 감염, 영양 부족, 스트레스, 흡연, 비만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위험요인은 빈도가 높은데도 앞서 언급한 두 요인보다 초기 치료로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산 경험이 있고 단축자궁경부인 임산부에게 공인된 치료로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약하거나 자궁경부를 묶는 자궁경부 봉축술이 있다. 이 두가지 치료는 실제 조산 빈도를 현저히 낮추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로게스테론 치료를 하면 보통 조산 위험을 30~40%가량 낮출 수 있는데, 단축자궁경부 임산부에서는 자궁경부의 길이가 20㎜ 이하로 짧은 경우에 특히 프로게스테론 투약 효과가 더 크다.’
조산아 |
그러나 자궁경부 봉축술은 단축자궁경부로 진단되는 동시에 ’이전 임신에서 조산한 산과력’ 또는 ’자궁경부 손상의 병력’을 함께 가진 임산부에서만 그 효과가 입증돼 있다. 달리 말하자면, 단축자궁경부 단독 증상만으로는 아직 그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단축자궁경부를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자궁경부가 열려 양막이 보이는 경우는 자궁경부 봉축술이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단축자궁경부가 발견돼 프로게스테론 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양막이 보일 정도로 자궁경부가 열리지 않았는지 임신 24주까지 1~2주 간격으로 자궁경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프로게스테론 치료와 자궁경부 봉축술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하는 게 더 좋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향후 연구를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시된 데이터로는 두 가지 치료가 조산 빈도를 줄이는 데 비슷한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고위험군이라면 두 가지 치료를 동시에 고려할 수도 있겠다.
반면 아쉽게도 이런 치료 효과는 단태임신에만 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쌍둥이와 같은 다태임신의 경우는 프로게스테론 투약과 자궁경부 봉축술 치료가 입증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다태임신에서 조산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단태임신과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대목은 조산한 산모의 절반이 위에서 말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우 조산 예방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지라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전문의와 지속해서 상담하면서 산과력 확인, 위험요인 발굴 등을 통해 조산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 박교훈 교수는 198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수했으며, 현재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97년 대한 산부인과학회 우수논문상, 2000년 아시아 오세아니아 주산의학회 젊은 연구자상, 2014년 대한주산의학회 남양학술상을 수상했다. 조산, 다태임신, 유도분만 연구 등에 성과가 있어 수십편의 해외논문을 발표했다. 현재는 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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