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역대 10개 인간게놈지도에서 8번 염색체를 비교한 그림. 인간표준게놈지도에는 코레프 등 9개 게놈지도에서 나타난 특정 DNA 영역이 빠져 있다. -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한국인 41명의 게놈 정보를 통합한 ‘한국인 표준게놈지도’가 처음 나왔다.

한국인의 DNA를 정밀하게 해독한 게놈지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다수의 한국인이 공통으로 가진 유전 정보를 알아내 이를 표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사이언스 11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장(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와 공동으로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KOREF)’를 완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4일자에 발표했다.

박 소장은 “한국인은 오랜 기간 단일민족이었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DNA에 공통부분이 많고, 다른 사람과 유전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을 때는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한국인의 경우 표준 게놈지도의 효용 가치가 매우 높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간게놈지도는 주로 한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2009년 중국이 중국인(황인)과 흑인의 게놈지도를 공개했지만 각각 1명을 대상으로 만든 정보였다.

최초의 인간게놈 분석 연구인‘인간게놈 프로젝트’ 통해 2003년 완성된 ‘인간표준게놈지도’는 비교적 여러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했지만 85% 이상이 백인 1명의 유전 정보로 구성돼 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장(생명과학부 교수)이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KOREF)’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흑인과 황인의 유전 정보는 각각 약 10%와 3% 미만 수준이어서 사실상 표준으로서의 의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인간표준게놈지도에 나타난 8번 염색체에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9개 인간게놈지도에 나타난 특정 DNA 영역이 없다. 즉 기준으로 삼은 백인 1명이 하필 이 부분에 결손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서정선 서울대 교수팀이 정밀도가 매우 높은 게놈지도를 완성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지만 이 역시  한국인 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와 달리 박 소장팀은 서울, 대전, 울산, 강원 등 전국 각지에 사는 한국인(일반인) 41명의 게놈을 기증받아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한국인 고유의 유전적 특징을 모두 정리했다.

이 결과 한국인 1명의 게놈지도를 기존의 인간표준게놈지도과 비교할 경우, 돌연변이 수가 400만 개로 나타났지만, 코레프와 비교하면 그 수가 300만 개로 줄었다. 박 소장은 “100만 개의 돌연변이는 질환 등의 영향이 아닌 단순한 인종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인은 갖고 있지만 한국인에겐 없는 염색체 영역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후보를 더 정확히 밝혀낼 수 있다. 박 소장은 “한국인이 더 많이 걸리는 암이나 희귀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프는 정밀도 높은 개인 맞춤형 의료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가령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인의 게놈에서 다른 한국인들에게 없는 특이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면, 질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층 더 정확한 유전 정보 기반의 질병 예측과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팀을 비롯한 UNIST 연구진은 현재 울산시와 울산대, 울산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울산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18년까지 울산 시민 1만 명의 한국인 염기서열을 분석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시약과 진단기기 역시 개발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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