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J동 6층에 마련된 국내 최초 정자은행에서 박남철(맨 왼쪽) 교수 등 비뇨기과 의료진이 26일 액체질소탱크에서 동결 보관된 정자를 꺼내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여성이 문제가 되어 불임(혹은 난임)이 되는 사례만큼이나 남성이 문제가 되어서 불임(혹은 난임)이 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저출산 해결 방안의 하나로 국가 차원의 공공 정자은행을 신설해 ’본부 은행’을 부산에 유치하자는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부산대 의대 비뇨기과 박남철 교수를 주축으로 공공 정자은행 설립 논의가 되었으며 부산에 공공 정자은행의 중심 기능을 두자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공공 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설립추진위)는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단국대 제일병원 강당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난임(불임) 부부를 위한 공공 정자은행 설립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공공 정자은행은 무정자증 등 남성으로 비롯되는 원인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 부부를 위해 국가가 낮은 비용으로 적합한 다른 남성(비배우자)의 정자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정자은행은 정자를 제공해줄 자발적 남성의 정자를 채취해 섭씨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탱크 속에 동결 보관한다. 이후 필요한 시기에 동결 정자를 해동해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아기시술 등의 난임 치료에 이용한다. 주로 체외수정인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데 쓰인다.

설립추진위는 ’국가 공공 정자은행 사업단’(가칭)을 설립해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에 ’중앙 공공 정자은행’을 설치하고 권역별로 ’지역 공공 정자은행’을 두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지역 공공 정자은행이 보관하는 정자를 재보관하는 ’2차 정자은행’ 기능도 중앙 공공 정자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자체 정자은행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이후 관련 연구와 진료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정자은행을 이용한 난임 치료 분야에서 부산대병원은 국내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실적을 쌓아 왔다"면서 "국내 모든 정자은행을 개방형 네트워크로 연결해 남성불임 부부에게 건강한 정자를 찾아내 제공하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현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네트워크화된 정자은행이 없는 나라다. 정자은행은 남성이 원인이 되는 불임부부 외에도 정자은행은 불치의 병에 걸려서 방사선 치료 등을 앞두고 있는 남성의 정자예치에도 꼭 필요하다.

현재 국내 주요 대학병원 등 거점 병원과 몇몇 불임병원에서 남성불임 부부를 위해 정자은행을 갖추고 있지만 모두 각 병원 내부에 한정된 ’배타적 정자은행’이며 정자 공여자를 확보하지 못해서 사실상 정자은행에 정자가 없는 상태인 현실이다.

이 때문에 난임 부부들은 혈액형과 외모 등 유전적 적합성이 뛰어난 비배우자 동결 정자를 찾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만약 지역별로 연계된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정자은행이 가동돼 난임 부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건강한 최적의 정자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자 밀거래 등의 사회적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공 정자은행은 영구피임, 항암 요법과 방사선 치료 등을 앞둔 가임기 남성의 정자를 동결 보존하는 기능도 책임지게 된다.

현재 프랑스와 영국, 중국 정부는 중앙정자은행과 지역별 거점 공공 정자은행을 설립해 운영하며 난치성 난임 부부에게 가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북유럽의 일부 나라에서는 군입대시 일반 병들에게 정자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건강한 정자일 경우 정자은행 예치를 허락받고 있다.

   
▲ 박남철 부산대 교수가 구상하고 있는 국가公共정자은행사업단 운영 체계도

이번 공공 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는 조만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한국형 공공 정자은행 설립을 위한 학술대회’를 마련해 공공 정자은행 설립을 위해 필요한 관련 법률 정비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설립추진위원회에는 박남철 교수, 서주태 단국대 제일병원 교수, 김세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 대한생식의학회와 대한남성과학회가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난임 부부에게 가임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공공 정자은행 설립을 성사시키고 본부 기능을 부산으로 유치하려는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면서 "생명윤리 측면에서 제기되는 지적 등에 귀를 기울이며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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