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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가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대안으로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과 방지환 센터장 등이 사망자 폐사진을 보여주며 임상 개요 및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가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대안으로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감염병학계에 따르면, 중앙임상위는 현재의 억제 일변도 정책은 한계가 있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집단면역' 개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을 죽음의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왔다.
 
집단면역이란 집단 내(內)에 바이러스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크게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인구 중 60%가 면역을 얻으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적 개념이다.
 
현재 국내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연기, 가족돌봄휴가제 등 감염병 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임상위는 장기간 방역조치를 총동원한 억제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중앙임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는 3월 23일 "우리 (억제 위주)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그 결과 감염되지 않고 면역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제일 좋은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없이 가면 한 집단이 일정 수준 면역도가 도달하기까지 어쩔 수 없이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제정책이 끝나는 4월 6일 개학 시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거나 날씨가 다시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면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억제를 풀면 스프링이 다시 튀듯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으며, 가을이 되면 유행이 다시 찾아오게 된다"며 "장기전에 대비해 학급에서 학급으로, 학년에서 학년으로, 학교에서 학교로 전파되지 않도록 미리 방역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면역 전략을 찬성하는 학자들은 백신이 단기간에 개발되지 않으면 장기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개발부터 일반인 접종까지 적어도 12~18개월이 걸린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신형식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치명률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일단 (이들을 중심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고령자 등이 안전해질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일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전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증상 전파도 가능하다는 학계 보고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되려면 특정 건물에 학생 또는 젊은이들이 입소해 생활하면서 스스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비교적 심한 아이들은 폐렴을 예방하는 약을 주면서 폐 손상을 막는 식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해 스스로 면역을 형성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발병한지 100일도 채 안 된 신종 감염병인 만큼 완화정책을 섣불리 취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 후 재감염 되는 사례가 중국과 국내에서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집단면역의 전제가 되는 재(再)감염 방어 항체가 만들어지고 면역도 형성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위험도가 높지 않은 젊은 연령층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기회를 늘린다면 이들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돼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오히려 더욱 위험해지고, 또 죽음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는 "집단면역은 실제로 있는 이론 개념이지만 공중보건학적으로 경계해야 하며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며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국내 의료여건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연착륙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4월 5일까지 2주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에 착수한 우리 정부로서도 고령자 등의 희생이 뒤따르는 대응전략을 취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월 24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어제(23일)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인구의 약 70%가 면역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집단면역의 개념"이라며 "항체가 형성되고 면역이 돼 나머지 30%에 대한 추가 전파가 없다는 이론적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70%가 감염이 된다고 하면 3500만명인데, 3500만명 중 치명률이 현재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며 "이론적 수치에 근거해 방역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까지 나아가지 않고 방역을 최대한 강화하고 감염과 전파 최소화위한 노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도 "인구의 60~70%에 대한 면역 이론은 외국에서 회자되는 집단면역에 대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집단면역을 형성시켜 코로나19를 넘기겠다는 계획은 없다"면서 "집단면역은 굉장히 다수의 국민이 감염돼 피해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감염을 늦추고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지탱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될 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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