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D라인 임산부는 옛날이야기. 요즘은 스타일리쉬한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국내 임부복 전문쇼핑몰 몇군데를 둘러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임산부를 위한 옷인지, 일반 여성을 위한 옷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멋스럽기 때문. 단순히 부른 배를 가리기 위한 스타일이 아니다. 임신한 여성을 패셔너블해 보이도록 하기 위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스타일리쉬한 임부복 세계를 이끄는데 여자 연예인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임산부가 된 여자 연예인들은 배만 살짝 가린 채 늘씬한 몸매를 과시하며 화보촬영을 하고, 출산 한지 얼마 안 되어서는 완벽히 복구(?)된 몸매로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이러한 여자 연예인 영향 때문인지 요즘 젊은 임산부들은 체중증가를 두려워한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강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맛있는 음식을 골라서 먹어도 시원찮을 산모가 다이어트를 위해 저칼로리 음식을 섭취한다면 과연 배 속의 태아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임신부가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다가는 아들은 물론이고 손자까지 정자의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고, 2형 당뇨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영국 생리학자의 임상실험에서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과 앤 퍼거슨스미스 교수팀에 의하면, 임신 후기에 다다른 어미 쥐가 칼로리 섭취를 대폭 줄였을 때 아들과 손자의 정자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 문제로 인해 저체중아가 태어날 수 있고, 2형 당뇨의 위험성까지 높아진다.
실험은 간단하게 이뤄졌다. 새끼를 밴 어미 쥐가 임신 후반부가 될 때 음식섭취량을 제한하자 체중이 평균대비 20% 적은 새끼들이 태어났으며, 이렇게 태어난 쥐는 성체가 되어도 다른 쥐들보다 체중이 5% 이상 덜 나갔다.
무엇보다 저칼로리 섭취를 한 어미 쥐 몸에 잉태된 수컷 새끼 쥐는 정자 전구체(훗날 정자가 되는 세포)의 유전자에 메틸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만약 어미 쥐가 계속적으로 굶게 되면 이 과정으로 인해 새끼 쥐의 생식체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메틸화’라는 것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유전자 중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고 비활성화 되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영양결핍 어미에게 자란 수컷 새끼 쥐의 몸속에서는 비정상적인 메틸화가 진행되어서 근육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 개수를 줄이게 되고 인슐린을 만드는 이자의 기능도 함께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자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혈당이 높아졌을 때 이를 낮추는 ‘당 내성’도 약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자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게 되자 혈당을 낮추지 못하는 ‘2형 당뇨’의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어미 쥐의 굶주림으로 인해 손자 쥐한테까지 악영향이 대물림돠었다는 점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이어트 산모 쥐의 손자 쥐 역시 저체중으로 태어났으며, 당 내성이 낮아 2형당뇨에 취약했다.
연구팀은 “산모의 영양상태가 1대를 거쳐 2대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7월10일자에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