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이승주 기자 |
| ● 한국에서 非서울대 非연세대 의대 출신은 불임의사 되기 힘들다 |
선무당에 맞서다
기분이 묘했다. 기자로써 분명 닥터 최범채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건 내가 의사를 만난건지, 사회운동가를 만난건지 분간이 잘 안 될 정도로 헷갈렸다.
▶미국에서 생식면역학쪽을 공부 하셨는데, 오히려 면역처방에 인색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원칙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과잉 치료와 처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미국에서 면역학 공부를 해 봤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잘 알아요. 자꾸 유산이 되거나 혈전 같은 질환이 있으면 면역글로불린 같은 단백질 抗(항)면역체를 투입하는 처방을 할 수 있는데, 꼭 처방해야 할 사람에게 해야지, 너도 나도 처방해선 안 됩니다. 자칫 과잉처방을 하게 되면 없던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어요. 멀쩡한 몸이었는데 면역계에 변화가 올 수 있는 겁니다. 임신을 해서 자식을 낳는 것이 아무리 간절해도 자신의 건강만큼 중요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몸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지키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그게 바로 면역체계다. 만약 몸에 균이 침범하면 백혈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균을 잡아먹는 일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다.
여성이 면역불균형 상태가 되면 임신 혹은 임신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불임의사들은 면역학적 문제가 있다고 파악이 되면 유산을 방지 등의 목적으로 면역처방을 한다. 면역글로불린은 단백질 항체주사다. 내 몸의 면역기능이 불균형에 빠진다면 몸 밖에서 일명 ‘용병 면역체’ 투입하게 된다. 문제 많은 나의 면역체와 싸워줄 용사인 셈이다.
최 원장은 “면역처방을 할 때에는 반드시 환자들에게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병원 수익에 보탬이 된다고 해서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환자가 모두 이해하고 동의할 때 처방해야 합니다. 미국 환자들을 보면서 놀랐어요. 미국인들은 환자가 그 어떤 치료를 받을 때 논문을 찾아서 복사해 옵니다. 의사한테 물어요. 이 논문의 배경은 뭐냐. 결과가 어떠했냐. 임상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얼마나 되었나. 신뢰할 수 있나 등을 따지고 물어요. 정말 치밀하게 따지지만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질문하고 납득합니다. 한마디로 의사에게 ‘넌 유니버셜 스탠다드냐? 개인 의견이냐?’라고 따질 정도입니다.”
▶한국의 환자들도 요즘은 똑똑하지 않나요.
“미국 환자들과는 다르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인터넷이 문제입니다. 인터넷에서 누가 ‘어떤 처방을 받았는데 임신이 되었더라’ 하면 너도 나도 받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그 사람이 그 처방 때문에 임신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똑똑한 게 아니라 어설프게 많이 아는 것 같아요.”
▶의사로써 난감할 때도 있나요.
“면역세포 중에 NK세포라는 것이 있어요. 암 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세포인데, 감기가 걸려도, 질염이 있어도 NK세포 수치가 올라갈 수 있어요. 병균에 대항해야 하니까 당연히 수치가 올라가겠지요. 불임의사 중에는 상당수가 NK세포(자연살생세포)가 너무 활성화되면 임신이 되었을 때 태아를 이방인으로 오해하고 공격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 유산방지를 위해 면역처방을 합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무조건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혈액에서 뽑은 NK세포 분포를 가지고 자궁내막의 환경을 직접 반영할 순 없는 거예요. 난임환자들은 NK세포 수치가 높은 걸 불치병인냥 받아들이며 면역처방 해 달라고 억지를 써요. 면역학 연구는 가설 시나리오거든요. 일부 학자들이 받아들인 사람도 있지만,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의사도 많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