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동차가 음속으로 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F1 경주용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350km 정도다. 음속은 시속 1224km에 달한다. 영화 같은 ‘음속’ 달리기는 ‘하이퍼루프’(Hyperloop)가 상용화된다면 최소 10년 안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하이퍼루프는 과연 어떤 원리로 진공 튜브를 속을 이동하는 걸까. 포스코뉴스룸이 소개한 하이퍼루프의 과학적 원리를 살펴봤다.


먼저 하이퍼루프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2013년 그가 처음 진공 튜브 안에 캡슐 형태의 고속열차가 움직이는 하이퍼루프 컨셉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일부 비평가들은 머스크의 아이디어를 공상과학이라 치부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언론과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 지난달에는 미국의 버진하이퍼루프원(VHO, Virgin Hyperloop One)이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 사막의 실험터널에서 최초로 유인 시험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직 테스트 단계라 터널의 거리는 500m에 불과했고, 속도는 음속의 1/7 수준인 172km/h에 불과했지만, 사람을 태우고 진공 튜브를 달리는 이 컨셉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하이퍼루프 차체와 진공튜브의 구조적 원리를 살펴보자. 하이퍼루프의 구조를 쉽게 이해하려면 ‘자기부상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열차 바닥과 레일에 자석이 부착돼 있어 서로 같은 극은 밀고, 다른 극은 당기며 앞으로 나가는 자기부상열차가 진공상태의 터널을 달리는 것인데, 마치 미사일처럼 발사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하이퍼루프의 구동 원리다. 

  

인천공항과 중국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는 차량을 트랙으로 당기는 방식, 일본의 SCMaglev 자기부상열차는 차량을 트랙으로부터 밀어내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트랙과의 마찰 없이 부상해 이동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하이퍼루프도 마찬가지다. 빠르다는 것 외에 하이퍼루프가 승객의 입장에서 일반 열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이퍼루프는 공기 저항과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캡슐 형태를 하고 있고, 창문이 없다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하이퍼루프의 레일은 ‘트랙’(Track)이라고 하고, 터널은 ‘튜브’(Tube) 그리고 차량은 ‘포드’(Pod)라 불린다.

    

우리나라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8년 전, 세계 최초로 1kg 미만 모형 운송체를 700km/h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한 이래 한국형 하이퍼튜브(HTX)와 초고속 캡슐 트레인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11월 11일에는 실물 크기의 1/17 로 축소 제작한 시험에서 최고 속도 시속 1019km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퍼루프의 장점은 빠른 속도뿐만이 아니다. 진공 튜브 안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없고, 안개나 태풍 같은 날씨에 대한 제약도 없다. 또 이산화탄소 발생도 없고, 1명이 1km 이동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는 항공 대비 8%, 고속철도 대비 35% 수준으로 운송비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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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하이퍼루프의 레일은 ‘트랙’(Track)이라고 하고, 터널은 ‘튜브’(Tube) 그리고 차량은 ‘포드’(Pod)라 불린다. 우리나라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8년 전, 세계 최초로 1kg 미만 모형 운송체를 700km/h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한 이래 한국형 하이퍼튜브(HTX)와 초고속 캡슐 트레인 개발에 착수했다. 사진=포스코

하지만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상상을 한번 해보자. 내부가 진공상태인 수십, 수백 킬로미터의 튜브, 그 속을 1200km/h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라면 과연 안전할까.

  

첫 번째 과제는 기밀성과 안정성 확보다. 어떻게 하면 긴 튜브를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계속 유지하면서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안정성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시속 167km로 500m를 가는 유인 열차 실험이 성공하기는 했지만 1200km로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이퍼루프의 트랙을 구성하는 튜브는 튜브 자체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열차인 포드의 하중과 고속 주행에 따른 충격 및 열팽창을 견뎌야 하고, 심지어 대기압도 이겨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기압도 내부가 진공 상태인 물체에는 견디기 힘든 압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자칫 튜브가 변형되거나 균열이라도 발생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튜브에 사용되는 소재와 구조 기술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째 과제는 ‘칸트로비츠 한계(Kantrowitz limit)’를 극복하는 것이다. 앞서 튜브 안이 진공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튜브 안에는 미세한 공기가 남아 있다. 열차와 튜브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고 열차의 속도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튜브 내 공기의 흐름이 어느 순간 막히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공기 질식’, 전문 용어로는 ‘칸트로비츠 한계’라 부른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튜브 내에 공기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열차와 튜브 사이의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적의 직경을 찾기 위한 튜브의 대형화가 수반된다.

    

세 번째 과제는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다. 튜브 소재로서 그동안 콘크리트, 탄소섬유, 스틸 등이 검토되었으나 콘크리트는 비용이 저렴하나 소재의 기밀성이 부족하고, 탄소섬유는 고비용에 가공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이에 비용이 합리적이고 기밀성과 가공성이 우수한 스틸이 튜브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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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타타스틸 유럽 네덜란드 본사를 영상으로 연결해 하이퍼루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포스코

하이퍼루프 튜브를 스틸로 만든다면, 얼마나 많은 강재가 소요될까. 전문가들은 직경 4m의 튜브를 제작하는 데 1km당 약 2500톤의 강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퍼루프 튜브용 강재는 철강업계에서 미래 대규모 신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퍼루프 상용화의 지름길이 튜브 제작 기술에 달려있는 만큼, 안정적인 튜브용 특화 강재를 개발하여 시장 및 규격을 선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일 타타스틸 유럽(Tata Steel Europe)과 협약식을 열고 하이퍼루프용 소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 측은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개발뿐만 아니라 하이퍼루프의 안전성, 경제성 등을 고려한 최적의 구조 형식과 제작 방법을 도출하는 구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공동 참여하는 등 사업분야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는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및 이용기술 솔루션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타타스틸 유럽은 튜브 구조 기술에 강점이 있는 만큼 두 회사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동시에 글로벌 철강사 간 모범적인 개방형 협력 사례(Open Collaboration)로도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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