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회학 개척자인 윤정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기원 전(BC)과 후(AD)처럼 앞으로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로 시대 구분의 기준이 바뀔 거라는 우스개 같은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때 이른 평가라고 본다"면서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처리는 방역이나 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윤 석좌교수는 미래전략 싱크탱크 재단법인 ‘여시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만들어진 위험으로 볼 수 있다"며 “자연적, 기술적, 사회적 요인이 연결된 복합적인 형태의 위험"이라고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석좌교수는 ‘과학(기술)사회학’의 개척자다. 이 학문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 전문가의 사회적 역할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연구한다. 바이러스가 사회 시스템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역학(疫學)이나 병리학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 이를 지원하는 생산체계, 나아가 가치사슬 전반과 사회의 공론 형성 과정, 거버넌스 문제까지 넓고 깊게 파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시재 측은 “과학기술 사회학자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석좌교수는 “1980년대부터 현대사회의 특징을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파악한 사회이론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나와서 광범위한 공감을 얻었고 현대사회의 위험은 자연재해보다는 발전한 과학기술을 적용해서 생기는, 소위 ‘만들어진 (manufactured) 위험’의 성격을 띤다고 본다"며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만들어진 위험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연적, 기술적, 사회적 요인이 연결된 복합적인 형태의 위험으로 볼 수 있다"며 “바이러스 전염은 현대 글로벌 위험사회에 상존하고 포스트노멀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관련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윤 석좌교수에 따르면, 첫째 사회적 의사결정에 있어 전문적 지식에 기반한 판단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도 최근 과학기술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소위 비전문가들이 일상생활의 경험에 입각하거나 또는 전문가급의 지식과 정보를 전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이 전문적 지식 없이는 정확하고 좋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여기에는 전문가의 판단이 존중되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정부에서 의료계와 과학기술계의 신뢰받는 전문가, 관련 산업계, 정치권(여당과 야당),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인사들로 포괄적인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둘째, 재난 발생 시에 사회적 약자나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풍조를 막는 관용과 포용의 문화를 길러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세 유럽의 흑사병 유행에서는 유태인이나 거지들, 일본의 관동대지진에서는 식민지 지배를 받던 한국인들이 우물에 독을 뿌린다는 등의 루머와 함께 집단 폭행과 학살의 대상이 됐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들이 무고하게 배척과 비난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셋째, 이번 대구와 경북에서처럼 위기 속에서도 평화롭게 질서가 유지되고 공익을 위해 협력하는 시민정신이 너무 소중하고, 이 소중한 자산이 계속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서 이번 사태에 직면해서 총기 구입이 급증하는 현상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윤 석좌교수는 “국가지도자가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를 판단할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결정에 과학기술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도자에게 더 중요한 자질은 합당한 전문지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링크 클릭하면 된다.
https://www.yeosijae.org/posts/810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