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양자역학은 비슷한 데가 있다고 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와 논리는 모두 디지털 2진수, 불연속적인 '0' 아니면 '1'로 표현되지만 AI 계산 결과물은 0과 1 사이에 있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확률"이라고 지칭했다. 예를 들어 AI가 사진을 보고 그 대상물을 판독할 때 그걸 '고양이'나 '호랑이'로 확정하지 않고 다만 "고양이(또는 호랑이)에 가깝다"는 식으로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양자역학과 AI가 관통(貫通)한다"며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가 AI 계산용 컴퓨터로 새로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어디 있긴 한데 있는지 없는지 어디에 있는지 확률로만 존재한다. 이런 나노 세계 물리 현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학문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에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게재하는 기고문에서 “양자역학과 인공지능의 공통점은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AI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단점을 지닌다. 첫째는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로 불리는 현재 컴퓨터 아키텍처에서 파생하는데 폰 노이만 구조는 주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입출력장치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현대 컴퓨터 기본 구조다. 나열된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고, 그 명령은 일정한 기억 장소 값을 변경하는 작업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데이터를 교환하는데 계산 시간과 전력 소모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래 AI 컴퓨터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 신호 연결선 수를 극단적으로 늘린 '병렬 컴퓨터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둘째는 AI 계산 절차에 있다. 현재 컴퓨터는 2진수 계산을 할 때 반도체 논리회로를 이용해서 시계(clock)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수행하는데 여기서 또 시간이 지연되고 전력이 소모된다. 그래서 미래 AI 컴퓨터는 단 한 번 논리 단계로 AI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터 구조가 필요해진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단계씩 계산이 이루어지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상태가 중첩된 얽힌 상태를 이용해 단 한 번 조작으로 모든 계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컴퓨터가 실시간(real time)에 가깝게 작동하려면 최대한 가까이 설치해야 하는데 만약 AI 컴퓨터를 뇌 속에 설치할 수 있다면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컴퓨터는 여러 종류 컴퓨터를 물리적 거리 순서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치하는 구조에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각종 컴퓨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컴퓨터,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에지(edge) 컴퓨터, 그리고 가장 멀리 데이터 센터를 활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를 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들 컴퓨터가 계산 시간과 계산 용량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합동해서 효율적이고 총체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 각국 굴지 기업들이 각각 수준에서 컴퓨터 플랫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매 순간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도 모두 컴퓨터"라며 “자율주행 자동차도 사실 바퀴 달린 컴퓨터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세서, 메모리, 유무선 통신, 반도체가 다 들어가고 겉모습만 서로 다르다"며 “이러한 각종 컴퓨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AI"라고 했다. 이어 “불확실성(不確實性)을 본질로 하는 양자 컴퓨터와 AI에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는 인간 사회를 구하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며 “바이러스 전파 모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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