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작년 말 범정부 차원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10년 뒤 디지털 경쟁력 순위를 전 세계 3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3대전략으로 인공지능기술 및 데이터 생태계 강화, 산업융합·인재양성 등 활용확대,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구현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해나갈 AI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전략 추진에 앞서 핵심 기반인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수준 등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81.6이다. 중국에 88.1, 일본은 86.4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인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미국 대비 83.4로 중국과 일본보다 낮다. 다만 응용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6.6으로 중국과 일본에 비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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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81.6이다. 중국에 88.1, 일본은 86.4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인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미국 대비 83.4로 중국과 일본보다 낮다. 표=국회입법조사처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과 공공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수준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업체의 인공지능 활용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이는 인공지능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인공지능 도입 준비 수준 또한 전자정부 수준(세계3위)에 비해 크게 낮은 26위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전문인력 규모도 양적, 활용적 측면에서 크게 부족하다. 전세계 인공지능 핵심인재 500명 중에서 우리나라 출신자 비율이 1.4%에 불과하며 전문인력 2만2400명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인공지능 두뇌지수', 캐나다 AI 업체인 '엘리먼트AI'의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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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국회입법조사처

앞서 AI 선진국들도 정부가 나서서 인공지능 분야를 지원하고 이끌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이른바 'AI 이니셔티브'에 서명하면서 모든 연방 기관이 AI 연구 개발·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AI는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I에 능숙한 인력 개발과 기업 조성이 시급하다'고 명시돼있다. 
 
트럼프 정부는 규제 장벽을 없애면서 기업이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과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CT 기업은 AI를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플랫폼 기술 확보에 한창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IBM 왓슨이 이 회사들의 대표적인 AI 플랫폼이다.
 
중국은 2017년 11월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3년간 1000위안(약 18조원)을 투입했다. 바이두(자율주행차), 텐센트(의료·헬스), 알리바바(스마트시티), 아이플라이텍(음성인식) 등 분야별 선도 기업을 지정해 특화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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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도 "경쟁국보다 뒤처진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수준을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집중적인 발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응용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육성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총리실 주도로 범부처가 참여해 '초스마트화 사회 전략'(2016년 1월), 'AI 산업화 로드맵'(2016년 11월), 'AI 기술전략'(2017년 3월) 등 정책을 연달아 수립했다. 기술적 장점을 보유한 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력을 집약하는 AI 산업 발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에 조성된 막대한 자본을 통해 구글, 아마존에 대응할 수 있는 AI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00조원 규모의 '2호 비전펀드'를 조성해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5월 AI R&D 전략을 발표했고 이후 지난해 1월에는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관련 산업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5000명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물론 기존 산업과 AI를 융합하는 일은 무조건 속도만 내서 해결될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인 AI 활용하려면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 편견 등 AI 산업 육성에 따른 리스크들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 조성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공지능 시대의 법제 정비 방안' 보고서에서 AI를 둘러싼 법적 이슈는 기술·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쟁점을 야기하므로 종합적·체계적 논의를 위해 사전 규제 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경쟁국보다 뒤처진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수준을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집중적인 발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응용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육성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발표됐던 관련 정책·전략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의 세부 추진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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