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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독해만지는 등장인물들을 ‘작가님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며 독한 맛의 필살기를 아낌없이 펼쳐주시는 ‘김순옥 작가표 독한 맛’이 이번 시즌에는 또 얼마만큼의 시청률 상한가를 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SBS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우리의 주인공 캔디는 얼마나 더 독해져야 하는 것일까?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독한×’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사이코패스’로 진화(?)해 요즘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 캐릭터로 등장, 인기몰이가 한창 이다. 그 중에서도 역시 최고는 ‘막장드라마의 새장을 열었다’는 막장드라마 작가의 양대 산맥 중 한 명인 김순옥 작가가 집필 중인 SBS 금토 드라마 <펜트하우스>속 캐릭터들이 아닌가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원래 독했거나 그들에게 당하면서 점점 더 독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때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꿋꿋하게 모든 시련을 이겨내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캔디형 캐릭터’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당장의 모진 현실을 참고 이겨내면 언젠가는 고대하던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끝내는 ‘선(善)’이 승리할 거라는 정답 같은 희망을 믿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며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독한×(독한女)’이라는 말처럼 당하고도 참고만 있는 주인공 캐릭터들은 물 없이 고구마만 먹은 것 같은 답답함만 안겨 주며 시청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받고 더블로’ 되돌려주는 ‘독한녀, 독한남’들이 활약하는 드라마가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다.
 
 괴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참으며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시청자들의 속을 단번에 뻥 뚫어주기 위한 ‘사이다’를 선사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자 시청률 사냥을 위한 작가의 계산된 시간일 뿐, 등장인물들의 앞날에 대한 희망 따위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그 끝엔 짜릿한 통쾌함의 대가인 파국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캔디들’은 점점 더 독해져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강퍅해져 가는 우리들의 현실이 반영된 탓일까?

요즘은 드라마 속 ‘캔디들’은 자신의 성공과 행복,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아예 드라마 시작부터 대놓고 ‘범죄’를 일삼는다. 드라마 작가들의 ‘계산된 독한 맛’에 제대로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이제 웬만한 ‘독한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탓일 게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단순히 '독한女, 독한男'이라고 말할 수 없는,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사이코’라는 우스갯소리에 더 이상 웃을 수 없다. 그러나 욕을 하며 보든 대리만족을 하며 보든 시청자들은 분명 이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매회 20% 중반을 넘어서는 시청률이 그 반증이다.
 
 이번 주말에 방영된 <펜트하우스 시즌2> 7회에서는 지난 시즌에 주단태(엄기준)에게 살해당한 심수련(이지아 분)이 진한 화장과 단발로 변신해 돌아왔다. 혹시 예상대로 쌍둥이? 아니다. 드라마 상에선 그냥 심수련과 꼭 닮은 도플갱어 나애교란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김순옥 작가 특성상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혹시 죽은 심수련이 나애교고, 나애교가 복수를 위해 ‘참고 참고 또 참으며 등에 문신하고 나애교인 척 돌아온 심수련?)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주단태!"
“왜 심수련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줄 알았어? 놀랐어, 우리 단태? 아우 귀여워!"
“심수련이 죽었잖아...!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 마치 내가 죽은 것처럼."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베로니카와 베로니끄!
폴란드에 사는 베로니카와 프랑스에 사는 베로니끄는 한 날 한시에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난 완전한 도플갱어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서로의 존재 자체도 모르지만 생김새는 물론 노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재능까지 같다. 심지어 같은 시기에 사랑에 빠지는 등 무언가로 연결된 듯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서로의 존재를 직감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베로니카는 꿈에 그리던 독창 발탁 무대에서 공연 도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같은 시각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던 베로니끄는 까닭모를 상실감에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슴의 통증을 느낀다. 물론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분위기와 이 작품의 몽환적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는 쌍둥이도 등장한다. 주단태의 자녀, 주석경과 주석훈 남매다.
착한 배로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주석경과 배로나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주석훈.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 속 남매, 이라이자와 닐이 떠오른다. 캔디를 모함하고 괴롭히며 악행을 일삼는 이라이자와 캔디를 좋아하지만 나서지 못하는 닐 남매는 쌍둥이는 아니지만 캐릭터 상으로는 보면 많이 닮아 있다.
완전한 ‘건 작가 피셜’이지만 말이다.
 
내친 김에 하나 더! 오윤희(유진 분)와 배로나(김현수 분) 모녀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주는 로건 리(박은석 분)를 보고 있노라면 캔디의 키다리 아저씨인 ‘알버트 아저씨’가 떠오른다. 어마어마한 재력을 숨긴 채 캔디가 힘들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주는 ‘알버트 아저씨’와 드라마 속 ‘로건 리’는 본질적으로 닮아있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사이코패스’ 버전이 실제로 있다면 알버트 아저씨는 로건 리의 모습이 아닐까?
 
이 장면은 또 어디서 봤더라...?
 
<펜트하우스 시즌2> 초반부에 펜트하우스의 주인님 주단태를 짝사랑한 나머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다 급기야 ‘충성스러운 스토커’로 생을 마감한 ‘무서운(?) 양 집사(김로사 분)’의 인상은 강렬했다. 20여 년 간 펜트하우스의 살림을 도맡아 해오던 양 집사의 광기는 펜트하우스의 새 안주인으로 천서진이 나타나자 극에 달한다.
 
“(주단태를)갖지 못할 바에 부숴버릴 거야..."(펜트하우스 양미옥 집사)
“여기서 당신들이 행복하게 사는 걸 보느니 차라리 맨덜리를 없애버리겠어!"(댄버스 부인)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명화 <레베카> 속 집사, ‘댄버스 부인’이 떠오른다. 댄버스 부인은 대저택 맨덜리의 주인님 맥심 드 윈터에게 고용된 총괄 집사다. 맥심에게는 빼어난 미모와 지성을 갖춘 아내 레베카가 있었지만 불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 상실감을 잊으려 떠난 여행 중에 만난 젊은 여성과 결혼해 맨덜리로 돌아온다. 맨덜리 저택과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댄버스 부인은 전 안주인 ‘레베카’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맨덜리 저택의 새 안주인을 곤경에 빠뜨리고 심지어 죽이려고까지 한다. 이마저 실패하자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에 불을 지르고 맨덜리와 함께 사라진다.
 
 빠른 전개와 개연성 무시가 창조해 낸 독한 맛을 자랑하는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등장인물들에게 ‘괴로워도 슬퍼도 참고 참고 또 참으면 죽는다는 마법’이라도 걸어놓은 듯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선(善)’에 다가가는 민설아와 심수련, 배로나까지 살해를 당했으니 말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독해만지는 등장인물들을 ‘작가님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며 독한 맛의 필살기를 아낌없이 펼쳐주시는 ‘김순옥 작가표 독한 맛’이 이번 시즌에는 또 얼마만큼의 시청률 상한가를 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건작가 피셜 드라마 잘 마라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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