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전에 재무설계와 은퇴설계가 거의 동의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연재하고 있는 이 칼럼의 타이틀에도 ‘은퇴설계’가 들어가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노후자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관한 것인데, 노후자금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요. 결국 은퇴설계는 인생 전체에 걸쳐 계획해야 하는 재무설계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런데, 은퇴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노후자금을 쌓는 일만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노후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는 것(accumualtion)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지금은 축적한 자산을 인출하는 것(decumulation)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산보다 오래살 위험인 장수리스크가 커지면서 생긴 트렌드입니다. 그래서, 늘어난 수명만큼 자산의 수명도 늘려야 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때에 환영받고 있는 것이 종신연금입니다. 내가 몇 살까지 살든 죽을때까지 주는 것이 종신연금인데요, 물론 모든 연금을 종신연금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 크레바스(은퇴후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의 기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른 연금이 유용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일단 종신연금으로 활용가능한 옵션을 마련해두는 일은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종신연금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 같은 공적연금,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 그리고,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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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연금은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 같은 공적연금,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 그리고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DB

1. 공적연금

 
바로 전 칼럼에서 가능한 최대한으로 공적연금을 확보하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공적연금은 다른 어떤 종신연금에도 없는 장점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몇 십년이 지나도 화폐의 실질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살펴본 바 있습니다. 우선은 부부가 연금맞벌이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업주부나 전업남편이라 하더라도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직장을 다닌 적이 있다면 추후납부를 통해 연금액을 늘릴 수 있구요, 반환일시금을 받으신 경우라면 반납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가장이 은퇴를 했더라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임의계속가입을 하실 것을 추천하구요,
연기연금제도를 이용해 최대 36%까지 연금액을 증액해 받을 수 있으니 이런 모든 방법을 활용해 종신연금의 기본층을 다져놓으면 노후준비가 반은 이루어진 상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2.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
 
제가 가진 사적연금 중에는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이 가입기간이 길고 불입액도 커서 적립금이 가장 많이 쌓여있는데요, 가끔 이것이 생명보험사의 연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손해보험사의 연금상품은 25년 이상의 확정기간을 선택할 수 없어서 장수리스크에 완전히 대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은 종신연금형을 선택할 수 있어서 손해보험사 연금상품에 비해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보험사의 상품이라도 이율이 너무 낮아서 적립금을 불릴 수 없다면 단순히 종신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메리트가 될 수는 없겠지요. 공적연금과 주택연금으로 장수리스크 대비를 할 수 있다면 사적연금은 어떤 금융기관이 됐든 투자수익이 높은 곳을 택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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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이 다른 나라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종신'까지 지급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은퇴세대의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DB

3.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은 형식은 대출이지만 실체는 복지라고 칼럼에 쓴 적이 있습니다.바로 집이나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니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지만, 가입자가 오래 살아서 원리금이 담보가치를 넘기게 되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주택연금이 다른 나라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같이 종신토록 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급격히 진행되었고 은퇴세대의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예산에도 이 제도를 위한 예산이 따로 편성되어 있는만큼 가입자보다는 국가가 손해보는 제도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도 잘 이용하면 훌륭한 인출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손해를 볼 것을 각오한 제도이니만큼 노후현금흐름이 부족하다면 부동산을 국가에 빼앗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종신연금 확보의 방법으로 고려해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kbskangp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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