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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자격>의 표지. 부제(副題)는 대한민국 대통령 정신 검증 매뉴얼. 저자는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성환 박사다. 사진=출판사 앤길

계절이 건너뛰기를 한 것일까. 불과 며칠 전까지 무덥던 날씨가 가을을 넘어 한파(寒波)로 이어졌다. 10월 중순에 한파주의보가 웬 말인가. 그래도 정치권은 날씨와 관계없이 뜨겁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적임자일까.’
필자만이 아닌 온 국민의 관심사다. 눈과 귀가 TV화면에 쏠리는 이유다.

지도자의 자격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인물평을 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필자는 <지도자의 자격>이라는 책을 통해서 답을 구해본다. 부제(副題)는 대한민국 대통령 정신 검증 매뉴얼. 저자는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성환(57) 박사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일본의 하하키기 호세이(?木蓬生·74)'라는 유명 소설가의 이름을 떠올렸다. 실명은 ‘모리야마 나리아키라(森山成杉木)’로 규슈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책을 통해서 사회의 모순을 파헤친다.
 
최성환 박사는 2017년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인명사전 세계적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전은 1899년 미국 뉴저지(New Jersey)주 소재 민간 출판사가 지역별·전문 분야별로 인명록과 데이터베이스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하자’는 색다른 주장을 했다. 우리나라의 격에 맞춘 명품지도자를 배출시키고 싶어서다. 책으로 들어가 본다.
 
<대통령 후보들의 학력·경력·재산·병역·납세실적·전과기록·신체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정신-심리검사 등을 통한 정신 상태의 검증까지 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엄격한 표준과 기준을 통해 우리나라의 격에 맞춘 명품 지도자를 배출시키고 싶은 희망에서다.>
 
‘우리나라의 격에 맞는 명품 지도자’라는 대목에 공감이 같다. 5천만을 위해서다. 명품 지도자를 위한 정신 검증은 저자의 개인적 생각만이 아니다. 사회심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테마이기도 하다.
 
저자 최 박사는 “차량의 운전면허에도 적성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5천만 공동운명체인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정신 상태는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한 채로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좌에 오르도록 방치해두고 있다"면서 “정신 상태 검증은 출신지역·성분·보유재산 혹은 화려한 이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과 리더십...혐오증과 콤플렉스 현상에 대하여
 
저자는 우리사회의 말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우리의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트럼프(Trump) 전 대통령, 필리핀의 두테르테(Duterte)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정치인들의 막말을 꼬집었다.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저자는 정치인들의 인기몰이 선동을 경계했다.
 
<정치인들이 인기몰이를 위해 얼마나 위험한 논리를 사용하며, 국민들은 순진하게도 선동당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일부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억지로 부추겨서 정치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위험한 곳으로 몰아가는 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저자는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말을 걱정하면서 소통이 불통이 되고, 불통이 고통이 되는 사회를 걱정했다. 그래서 ‘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자주 바뀌고 불분명하면 모두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恨)과 분노와 복수의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의 정치는 한(恨)의 정치요, 분노의 정치요, 복수의 정치라는 말도 있다. 한 치도 양보하기 어려운 한과 한의 대립, 복수와 복수의 반복...동족상잔의 비극의 정치이다. 우리에겐 무언가 알지 못할 한이 맺혀있다>라고.
 
저자는 나아가 “지도자들은 국민들 사이에서 집단 혐오증(Hatred)과 콤플렉스(Complex) 현상들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런 행위를 조장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지도자는 소시오패스(Sociopath)를 넘어서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지도자들과 정치인에 대한 정신상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누가 검증을 해야 할까.
 
최성환 박사는 ‘대통령 급 지도자에 대한 정신 감정 등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일부 제한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할 듯하다’고 했다. 헌법 재판소의 존재처럼 말이다.
 
저자 최 박사는 저서 <지도자의 자격>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오늘을 잃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찾을 해답, 지도자의 정신검증에 있다."
 
여기에 필자는 미국의 초절주의(超絶主義: 이상주의적 관념론의 사상개혁) 시인이자 사상가인 랠프 월도 에머슨(L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저서 <자기신뢰>(전미영 옮김)의 한 대목을 덧붙인다.
 
<누구든 진정한 인간이 되려고 한다면 사회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불멸의 승리를 얻으려는 사람은 선(善)이라는 명목에 가로막히지 않고, 그것이 진정한 선인지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정신적 고결함보다 신성한 것은 없다. 먼저 자신의 무죄를 선언하고, 자기 자신을 감옥에서 해방시켜라. 그러면 세계는 자연히 거기에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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