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의 산불로 ‘산림 85ha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축구장 100여 개의 넓이란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자연파괴를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난 주말 산불 뉴스를 들으면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공항신도시)에 있는 ‘세계평화의 숲’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곳이라서 좋았다. 숲의 입구에 쓰여 있는 ‘숲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또박또박 읽었다.
   
세계평화의 숲은 지역주민들의 자원 활동으로 가꾸어 지고 있습니다. 방문자분들의 협조를 바랍니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자연을 보호해 주세요.
쾌적한 환경을 위해 다른 방문자들을 배려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손가락을 걸고 숲길로 들어섰다. 꽃이 진 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숲길을 걷다가 라일락을 발견하고서 걸음을 멈췄다. 코로나19로 지쳤을까. 라일락은 오월이 막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꽃도, 향기도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 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1912-1957)의 시(詩) <푸른 오월>의 한 구절처럼 필자도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무색하고 외롭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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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food chain)의 이론은 영국의 찰스 엘톤(Charles Elton, 1900-1991)이 1927년 저서 <동물생태학>을 통해 공개됐다.
숲의 먹이사슬
 
그래도 숲길은 좋았다. 바람도 시원했다. 숲길에 서 있는 생태계에 대한 안내문도 읽을 거리였다.
 
<생태계는 생물과 무생물간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식물(생산자)은 광합성 반응을 이용하여 무기물을 영양분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영양분은 초식동물(1차 소비자)을 먹여 살리고, 육식동물(2차 소비자)은 초식동물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죽으면 세균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분해자)이 분해를 합니다. 이렇게 먹고 먹히는 관계를 먹이사슬이라고 합니다.>
 
먹이사슬(food chain)의 이론은 영국의 찰스 엘톤(Charles Elton, 1900-1991)이 1927년 저서 <동물생태학>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동물의 개체군과 군집의 생태학적 연구, 예를 들어 먹이 사슬·음식의 크기·생태적 지위·생태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생태 피라미드와 같은 원리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일찍이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자연에는 고립된 것이 없다. 다른 것과 무관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하는 것들이 없으면 그 자신도 의의를 잃는다."고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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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꽃을 피운 영산홍.

화려한 영산홍 꽃밭의 지킴이(?) 메타세쿼이아가 파릇파릇 새싹을 돋아내는 모습도 볼거리였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다.

 
일본의 후쿠오카 마사노부(福岡正信, 1913-2008)는 <자연농법>이라는 저서에서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고 수없이 강조한다.
 
<자연 파괴란 본래 자연과 한 몸인 인간이 벌이는 자살행위이자 인간에 의한 신들의 파괴와 죽음을 의미한다...이제 인간은 돌아갈 곳 없는 우주의 고아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지금까지의 방향을 바꿔 신의 품으로 돌아가느냐? 기로에 서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류의 파국을 막을 다른 길은 없다. 자연 파괴의 선두에 서 있는 인류가 이제 반전해서 숲의 수호신이 되어 녹색의 부활을 위해 일하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기도 하지만,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스승의 날·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성년의 날(21일)- 모두가 가정과 관계가 있으니 오월은 곧 ‘가정의 달’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족단위로 숲길을 걷는 모습들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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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고 있는 어느 가족

가정(家庭)은 혼인관계 및 혈연관계로 구성된 가족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조직체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공간적 장소의 개념을 뛰어넘어 관계성에 바탕을 둔 가족(family)이라는 측면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동체적 공간이 아니라 안식과 사랑을 공유하는 보금자리인 것이다. 그래서 가족 간에는 사랑이 충만해야 한다.
 
가족 치료사인 존 브래드 쇼(John Bradshaw)는 <가족>이라는 책에서 ‘나쁜 아이’의 탄생을 막는 것은 ‘어려서부터 좋은 부모를 만나는 일이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발달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부모들은 아이의 발달 단계와 관련하여 자신의 발달 과정에서 결여되었던 것들과 만나게 된다."
 
푸른 오월에 해야 할 우리의 약속은 자연을 보호함은 물론, 좋은 부모가 되고 양심적인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오월이 더욱 푸르러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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