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은 권력과 여론을 의식한 特檢의 근거없는 허위 주장을 원천 배제하고 오로지 증거에 의해 인정된 팩트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심판범위에 한정해 충실한 심리를 해야 한다"

 

박영수 특검팀의 창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측의 방패가 다시 한 번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이 또다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이 10월 25일 있었던 1차 공판에서 “대법원 유·무죄 판결을 존중한다"며, “양형심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11월 22일의 유·무죄 심리 기일보다 12월 6일의 양형 심리 기일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말 세 마리의 소유권 이전 여부’ 철저히 심리해야
 
먼저 '유·무죄 심리'와 관련하여 필자는 비록 이 부회장 측이 “대법원 유·무죄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말 세 마리의 소유권 이전 여부' 등 사실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항소심의 철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법치국가적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말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최순실이 윗선에서 삼성이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됐는데 왜 삼성 명의로 하냐고 화를 내는 태도를 보인 건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그 뒤 "삼성은 최씨에 대해 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실질적인 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는 걸 인정했으며 이후 삼성에서는 마필 위탁관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자산관리대장에 말이 등재되지도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는데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추론인가.
 
상식적으로 최순실이 말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 것은 말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는 반증이며, 무엇보다 정유라의 증언에 의하면 "어머니가 네 말처럼 타라고 했다"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네 말'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닌가. 말의 소유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삼성이 다 가지고 있는데 단지 삼성이 비선실세(秘線實勢)인 최서원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가.
 
결국 필자는 "최씨가 삼성측으로부터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화를 낸 것은 삼성 측이 최씨에게 소유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려고 한 행동에 대해 화를 낸 것이지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한을 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막연한 사정들만으로 말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 처분권을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소수의견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증거재판주의의 대원칙이 지배하는 형사재판은 한 치의 자의도 발붙일 틈이 없는 정교한 논증으로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때 비로소 유죄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법률심인 대법원이 아무런 새로운 증거조사도 없이 항소심의 사실판단을 '짐작에 근거한 막연한 추측'으로 부정한 자체가 오히려 큰 문제다. 파기환송심은 '사실문제에 있어서는 최종심'이라는 책임감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떠나 원점에서 다시 한 번 오로지 증거와 팩트에 따른 철저한 심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재용 재판에 ‘신동빈 사건’ 고려돼야
  
다음으로 '양형 심리'와 관련해서 두 가지 점을 지적한다.
 
첫째, 롯데 신동빈 회장 건의 경우 '사건의 구조'와 '뇌물의 성격', '뇌물 액수'가 거의 동일한 관련사건이므로 형평의 원칙상 이 부회장 건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 회장 건의 경우 1심은 이 부회장의 86억원과 비슷한 70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와 배임 혐의가 분리돼 진행되었는데,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구속되었고, 배임 혐의에서는 롯데시네마 매점 관련 배임 등이 유죄가 되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이후 2심은 두 재판을 병합해 진행했는데, 두 건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이 인정되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필자가 보기에 신 회장의 경우도 억울한 면이 많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훨씬 더 억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 회장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재단 지원금 등 뇌물 70억 원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이에 대해 신 회장도 다투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조인인 필자도 금시초문의 신조어이며 기존의 2심에서도 부인될 만큼 다툼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승계구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다투기가 쉽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모호하고 실체 여부가 불명확한 개념은 양형에 있어서는 '감경요소'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특검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유·무죄나 양형과 관련하여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지만 이는 파기환송심의 심판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1년이 넘게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의 경우 여전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회사 측이 외부감사인과 공모하거나 외부감사인 소속 회계사들을 기망했음을 규명해야 하며, 또한 존재하지 않는 매출을 가공하거나 기존 부채나 비용을 축소할 목적으로 회계서류 등을 조작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은 지금까지 이런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법리적으로 대법원의 경우 이와 관련하여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는데 특검이 계속 이를 문제삼는 것은 파기환송심의 심리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악의적 여론몰이'가 아닌가.
 
지금의 시련을 ‘전진’의 기회로 삼아야
 
파기환송심은 권력과 여론을 의식한 특검의 위와 같은 근거없는 허위 주장은 원천 배제하고 오로지 증거에 의해 인정된 팩트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심판범위에 한정하여 충실한 심리를 해야 할 것이다.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 나가자."
 
이 부회장이 지난 19일 조부(祖父)이자, 1969년 종업원 36명, 자본금 3억3000만 원으로 창업한 뒤 지금의 삼성전자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도약시킨 신화적 경영인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추도식에 3년만에 참석해 한 발언의 요지다.
 
부디 파기환송심이 권력과 여론의 압력에 두 눈을 감고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내려 이 부회장이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크게 공헌하는 '사업보국'의 기회를 갖게 되기를 고대한다.
 
"나는 항상 청년의 실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청년의 실패야말로 성공의 척도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대처했는가, 낙담했는가, 물러섰는가, 아니면 더욱 용기를 북돋아 전진했는가. 이것으로 그의 생애는 결정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조부의 말씀처럼 지금의 시련을 '일보 전진'의 기회로 삼아 삼성을 잘 이끌어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경기 불황 등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세우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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